국립오페라단이 1962년 초연한 '왕자, 호동'을 창단 60주년 공연으로 선보였다. 60년 역사를 되짚어 60주년 공연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1962년 창단 당시 공연한 '왕자, 호동'을 선택했다.
'왕자, 호동'은 고구려 호동왕자와 그를 사랑하게 된 낙랑공주 애절한 설화를 담은 희곡을 원작으로, 탄탄한 극 짜임새와 서민적이고 편안한 선율로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은 공연에 앞서 오페라 음악에 대한 이용 허락을 받기 위해 당시 오페라 상연에 참여한 제작진과 권리자를 찾았다. 정일남 작곡가 등 권리자로부터는 이용 허락을 받았으나 당시 작사를 맡은 고봉인 작사가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작사 이용 허락을 받을 수 없었다.
고 작사가가 활동했다고 알려진 극단 가교, 숭실대를 비롯해 그와 관련된 곳으로부터 수소문을 하고 저작권자 조회 공고를 비롯해 신탁관리단체로부터 신탁 여부를 조회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찾을 수 없었다.
이에 국립오페라단은 '저작권 법정허락 제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법정허락 제도는 저작물 저작재산권자나 주소 또는 거소를 알 수 없는 '권리자 불명 저작물' 이용 허락을 받을 수 없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이용하려는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가 불명이라는 사실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저작권법 시행령에 명시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입증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신청, 승인이 되면 보상금을 지급한 뒤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권리자를 알 수 없어 이용하지 못하는 저작물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길을 열었다.
법정허락 신청 전 '상당한 노력' 절차를 수행하고 법정허락 신청한 뒤 심의를 통과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승인을 받으면 보상금 공탁 과정을 거쳐 권리자 불명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국립오페라단이 고 작사가를 찾기 위한 노력이 법령을 충족하는 '상당한 노력'이었음을 입증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법정허락을 신청, 보상금과 이용목적 등에 대해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정허락 승인을 받았다.
국립오페라단은 법정허락 보상금으로 산정된 81만2600원을 저작권위원회에 지급하고 오페라 음악을 적법하게 이용, 올해 3월 11일부터 이틀간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60주년 공연 '왕자, 호동'을 성료했다.
이렇듯 법정허락은 잠들어 있던 저작물이 저작권 산업의 풍부한 자산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현재 '왕자, 호동'에 대한 법정허락 보상금은 저작권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해당 저작재산권자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보상금 청구서를 제출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