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칼럼]사람을 향하는 로봇

“인간형 로봇인 테슬라봇을 만들어 지루하고 위험한 육체노동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겠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데이 2021'에서 이렇게 말했다. 1년 후 머스크는 인공지능 로봇 옵티머스를 공개했다.

옵티머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막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수준이다. 하지만 서빙 로봇, 방역 로봇 등 서비스 로봇은 식당·병원·카페 등에서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일상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산업용 로봇 비중은 전년 대비 줄어든 반면에 전문·개인 서비스 로봇 비중은 각각 44.1%, 25.5% 신장했다. 로봇산업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서비스 로봇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과 배달업체가 이미 서비스 로봇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로봇이 일상생활에 침투할수록 인간의 일자리는 없어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는 서비스 로봇 시장의 빠른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필자가 서비스 로봇 개발에 뛰어든 계기도 머스크의 '육체노동에서의 해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생 시절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고모를 잠시 도운 적이 있다. 고모가 고된 노동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려운 일을 대신할 로봇 개발의 의지를 키우게 됐다.

많은 외식업장이 그렇지만 뜨거운 찌개나 고기 불판 등을 위험을 무릅쓴 채 날라야 한다. 한국 식당은 반찬 가짓수도 많아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처음엔 이런 일을 대신할 로봇이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얼마 후 로봇 개발 계획을 조심스레 고모에게 전했다. 고모의 반응은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손님들도 좋아하겠다는 것이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로봇의 기계적 기능에만 몰두했지 정작 이용자인 '사람'의 관점을 배제한 것이었다. 이후 '모든 사람에게 좋은 추억을 제공하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철학을 세우고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로봇으로 인해 노동자와 고객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로봇, 사람을 향한 로봇을 개발 과정에 도입했다.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하는 단순 반복 업무나 위험한 일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종업원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종업원은 고객과 눈을 맞추며 진심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 고객 역시 매장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 결국 외식업장 공간에 있는 모두가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여기에 중점을 두고 로봇을 개발했다.

해외 파트너사에서는 서빙 로봇 도입 이후 향상된 직원 서비스로 고객으로부터 받는 팁 액수가 커지고 고객 수도 크게 늘었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서비스 로봇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더 이상 서비스 로봇 목적을 '인간 노동력 대체'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인간 삶을 위한 보조적 수단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로봇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인간이 어떻게 로봇을 만들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개발자 역시 로봇 기계적 성능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어우러져서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을 향한 로봇만이 인간 삶을 진정 이롭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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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정 알지티 대표

정호정 알지티 대표 hj_jeong@rgt.kr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