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238. 얼어붙은 투자시장, B2B 사업모델이 유리

Photo Image

배달의민족, 야놀자, 쿠팡, 토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플랫폼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일반 대중 대상(B2C)으로 사업한다는 것이다. B2C 사업으로 성공하게 되면 이들과 같이 화려한 성공을 맛볼 수 있다. 자신이 만든 브랜드와 서비스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만큼 짜릿하고 기분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도 이런 환상에 젖어 처음부터 B2C 사업을 계획한다. 하지만 B2C는 막대한 자본과 감각적인 마케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벽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다. 벤처캐피털의 거대 투자 자본을 받아서 진행할 수도 있고 홍보비 없이 기발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성공한 스타트업도 있지만 이 역시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기업 대상(B2B) 비즈니스는 B2C보다 접근하기도 쉬운 데다 성공확률도 10배 이상 높다. 특히 요즘과 같이 투자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경우에는 좀 더 빠른 시기에 손익분기점(BEP)을 통과할 수 있는 B2B 사업 모델이 유리할 수 있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고 예비 거래처와 PoC 기회만 있다면 좀 더 안전한 창업 방법이다. 이유는 첫째 시장 분석과 예측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외식 주문 중개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을 때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닌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자본도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시장 조사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당시 존재한 10개 회사만 돌아다니면 됐다. B2C 사업이었다면 적어도 1000만명에 대해 모집단을 만들어서 조사해야 했을 텐데 B2B였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시장 조사를 끝마칠 수 있었다.

또 B2B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제품을 예측적으로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 조사 자체가 '사업 제안'이 되기 때문이다. B2B는 고객사 경영자나 임원진과의 미팅을 통해 그들의 문제를 듣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오간다. 그때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계약으로 이어지고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B2C는 시장 조사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해도 그것이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개인과의 계약은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B2B 비즈니스는 사업 구조가 굉장히 안정돼 있으며, 리스크도 훨씬 적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B2B가 B2C보다 성공 확률이 높은 세 번째 이유는 거래 단위에 있다.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과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를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하는데 많은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계곡을 빨리 벗어날 방법 또한 B2B에 있다.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한 번의 계약으로도 큰 매출을 발생시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A라는 기업과 계약한 뒤 내가 만든 제품이 그 기업의 직원에게 하나씩 지급된다고 가정해 보자. 한 명 한 명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그에 반해 B2C 사업은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큰 매출을 발생시키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만약 자신이 만든 제품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미 시장에 내놓았는데 잘 팔리지 않고 있다면 무리하게 돈을 써 가며 마케팅하기보다 B2B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고려해 보자. 가장 좋은 사업의 틀은 앞에서 살펴봤듯이 B2B 시장을 독점해서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만든 다음 거기서 쌓은 노하우와 자본으로 B2C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