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은 겨울이다. 고금리 지속과 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세계적으로 투자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투자 위축 분위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위축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공급망 불안이 나타났다. 각종 경제지표가 요동치며 불확실성도 커졌다.
지난해까지 벤처붐이 일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투자자들은 일제히 지갑을 닫았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투자시장은 올해 1분기부터 투자 감소세가 완연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4분기 1782억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올해 1분기 1421억달러, 2분기 1126억달러, 3분기 745억달러로 급감했다. 특히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34%나 급감하며 10년 만에 분기 감소율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는 외국과 차이를 보였으나 시차 정도였다. 세계적인 투자 감소 분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3분기 벤처투자는 급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913억원 대비 40.1%나 감소했다. 세계적인 벤처투자심리 악화가 국내 벤처투자시장에서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내년 투자 시장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도 한동안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주식시장이 부진한 것도 부정적 전망의 요인이다. 투자 회수가 어려워지고, 재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벤처투자가 국내 벤처캐피털(VC)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2022년 VC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내년 벤처투자 시장은 부정적이라는 전망이 47.8%, 투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47.5%를 차지했다. 반면에 내년 투자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28.8%, 내년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20.5%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마중물 역할을 해왔던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 규모도 감소할 전망이다.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중소벤처기업부 모태펀드 출자 예산은 내년 4135억원으로 올해 5200억원 대비 20% 이상 줄었다.
VC트렌드리포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올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관들의 보수적 스탠스가 심화되면서 대규모 자금 출자가 필요한 대형펀드나 유니콘 기업보다는 중급 규모 펀드와 초·중기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