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슈드레서'는 삼성전자가 MZ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전략 상품이다. 신발을 개성 표현을 넘어 자산으로 생각하는 MZ세대를 집중 공략할 경우 승산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정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프로는 “슈드레서는 신발 위생을 생각하는 주부부터 기업 고객까지 다양한 구매층을 보인다”면서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고가 신발을 많이 보유한 고객이 자신의 자산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용도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비스포크 슈드레서는 삼성전자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에 탑재된 에어워시 기능과 신발관리기만의 특화 기술인 자외선(UV) 기술을 적용했다. 기기를 작동하면 신발 속 냄새 입자를 떨어내고 UV 냄새분해 필터가 땀 냄새를 유발하는 다섯 가지 물질을 95%까지 제거한다. 가죽 등 섬세한 재질로 된 신발도 효과적으로 관리하도록 '저온 섬세 건조 히트 펌프' 기술을 적용, 사람 체온과 비슷한 40℃ 이하 온도로 건조한다.
출시 1년 반가량 지난 현재 매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판매량이 뛰고 있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고 있지만, 제품이 탄생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조형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CX팀 프로는 “기존에 없던 제품이기에 탈취, 살균, 제습 등 모든 조건을 우리가 데이터를 만들면서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데이터가 거의 없었던 신발, 발 냄새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에서 두 사람은 발 냄새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주변을 설득해 6개월 동안 빨지 않은 깔창을 구하는 한편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활동이 왕성한 학생들의 깔창을 대량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일종의 발냄새 '시료'를 확보, 슈드레서 개발을 위한 가장 큰 관문을 넘었다.
정 프로는 “당시 사업부장에게 확보한 가스 시료를 직접 맡게 한 뒤 우리가 개발한 기술로 탈취 기능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면서 “이때 기술 우수성과 사업에 대한 확신을 보여줘 결국 상품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발 매니아층과 위생을 중시하는 주부 등이 주 고객이지만 제품 가치를 눈여겨 본 기업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명 호텔뿐 아니라 아파트까지 빌트인으로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삼성만의 특화 기술이 있다. 국내 최초로 탑재한 '제논 UVC 램프'는 광촉매 필터를 사용해 신발 겉표면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와 유해세균을 99.99% 살균한다. 여기에 삼성만의 비스포크 디자인을 녹여 MZ세대에 개성과 디자인 통일성을 제공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프로는 “매월 소비자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제품 기능 개선 방안을 꾸준히 검토 중”이라면서 “어떤 공간에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선하고 신발을 넣는 공간은 늘리되 탈취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