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똑똑한 이유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스웨덴의 진화인류학자 스반테 페보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반테 페보 교수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네안데르탈인 뼈에서 DNA를 추출해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했고, 이를 현생 인류와 비교했다. 그 결과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이 서로 공존하면서 교배도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오늘날 인류 유전자에서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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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 페보 소장은 고인류의 유전체를 해독해 현생 인류와의 차이를 밝혀내는 고유전체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확립했다. (출처: Frank Vinken,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환경에서 함께 살았는데 무엇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지금까지도 이토록 번성했을까? 두 종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호모 사피엔스의 승리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라는 미스터리

1856년 독일 프로이센의 뒤셀도르프 근교 네안데르(Neander) 계곡에서 유골이 발견돼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리의 친척은 석기를 제작할 줄 알았고 매장 풍습도 있는 똑똑한 종이었다. 이 영리한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모 사피엔스와 전쟁 가설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약 20만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존하기는 했지만, 종종 대규모 무력 충돌도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체격은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보다 강인하고 뛰어났다고 알려졌기에 왜 전쟁에 졌는지는 미스터리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지능이 더 높아 환경 변화에 잘 적응했을 거라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지능이 뇌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면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적도 호모 사피엔스 못지않게 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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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왼쪽)와 네안데르탈인(오른쪽)의 두개골. (출처: 위키미디어)

◇뇌 용적은 같아도 뇌 구조와 신경세포 양이 다르다.

최근에 새롭게 제기된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 가설은 스반테 페보 교수 같은 고유전체학자의 노력으로 빛을 보았다. 우리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비교하면서 뇌 크기가 아니라 뇌 신경 구조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아주 적은 유전자 차이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뇌 발생 과정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인류의 인지 능력이 더 뛰어났을 거라는 말이다.

빌란트 허트너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 및 유전학 연구소 연구원팀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비교하면서 'TKTL1'이라는 유전자 유형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TKTL1 유전자는 사람의 태아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뇌 신피질 부위에 집중적으로 발현, 피질에서 신경세포 생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신피질은 대개 비인간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로, 기억과 감각을 비롯한 고도의 정신 적용과 관련된 부위다.

연구팀은 쥐 유전체에 네안데르탈인이 가졌던 유형의 TKTL1 유전자를 넣어 실험한 결과 뇌 발생 과정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현생 인류 유형의 TKTL1 유전자를 넣자 신피질에서 'bRG'라고 하는 신경 줄기세포와 이것이 분화한 신경세포가 더 많이 생성됐다. 게다가 배아 줄기세포를 통해 만든 오가노이드, 즉 '미니 뇌' 실험에서도 TKTL1이 신경세포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생 인류의 TKTL1 유전자를 주입한 뇌에서 뉴런이 더 활발하게 생성된 것이다.

TKTL1은 지방산 합성 경로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한다. 연구팀은 현생 인류의 이 유전자는 세포막 재료인 지방산을 더 많이 만들고, 그 결과 세포분열이 더 활발해져 bRG와 뉴런이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피질 영역에서 활동하는 신경세포가 현생 인류에서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많이 생성됐다는 것은 현생 인류가 인지 능력이나 사회적 능력에서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영리했으며, 그에 따른 행동도 더 생존과 번식에 적합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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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왼쪽)과 현생 인류(오른쪽)는 모두 TKTL1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그 유형이 다르며(네안데르탈인은 261번째 아미노산이 라이신, 현생 인류는 아르기닌이다) 생성하는 신경세포의 양도 다르다. (출처: Science)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문화 경쟁'에서 패배해 멸종했을지 모른다. 뇌 발달 과정에서 생긴 인지 능력 차이가 소통 능력, 사냥 기술, 환경에 대한 적응력에 차이를 가져왔고 이는 모두 정교한 언어와 사회 시스템 같은 문화적 차이를 가져왔을 것이다. 뇌 발달 과정에서 생긴 작은 차이가 이처럼 한 종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거대한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글: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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