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 이야기]가짜노동은 가짜경영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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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뇌르마르크 공저 '가짜노동'에서는 고용주가 기대하지 않는 근로자의 활동을 '텅빈노동'이라 정의한다. 이와 함께 '텅빈노동'으로써 일을 꾸미고 업무시간을 늘리고 빈둥거리는 노동을 '가짜노동'이라 부른다. 시간만 때우며 보여주기식 위주의 노동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어떤 경영자는 근로자들이 출근 후 커피타임과 개인 업무, 주식투자 등으로 법정 근무 8시간 가운데 채 3시간도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이와 함께 휴일을 포함해 일에 집중하지 않고, 퇴근 시간만 바라보거나 휴가나 공휴일만을 고대하는 '가짜노동'이 판을 치고 있다고 불평한다. 이 말은 일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짜노동'을 비판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꼭 근무 시간에 비례해 근로자들의 업무성과를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경영자들이 회사라는 공간과 8시간 근무라는 테두리 안에서 너무 시간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근로자들이 '가짜노동'을 하고 있는데 그럼 왜 경영자들은 '가짜노동'을 멈추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가짜경영'에 대해 먼저 반성해야 한다. 최근 경영학적 관점에서 'ESG'나 '사회적 경영' 등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가짜경영'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짜경영'은 사회적 목적을 실천하기 위한 경영철학과 이에 따라 구성된 합리적 업무 분장과 보상, 개인의 적성에 맞는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배분이 제시되지 않는 경영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가짜노동'처럼 '가짜경영'을 분별해 내야 한다. 잘될 때 본심을 숨기고 안 될 때는 본성을 내비치는 '가짜경영'이 주위에 너무 많다. 정부 사업이나 투자에만 목을 매고 있다가 흑자로 전환하자 흑심이 나오고 어려울 때는 소비자와 고객, 직원과 시장을 나 몰라라 하는 밑바닥 본성이 나오는 경영 행태다. 이러한 '가짜경영' 아래에서 '진짜노동'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특히 21세기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갈 스타트업은 명확한 사회적 합목적성으로 무장하고 이를 실천할 소셜 활동과 투명한 조직 운영이 우선돼야 한다. 진실성 있는 경영철학이 직원에게 전달될 때 진정한 진짜노동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직장 선배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는 MZ세대를 비판한 '요요요' 신드롬도 반성해야 한다. '요요요'를 마치 젊은 세대를 공격하기 위한 특권의식이나 그릇된 세대의 행태로 호도하고 MZ세대를 비꼬는 집단최면에 빠지게 함으로써 기성세대에게 탄식과 통쾌함을 유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요요요'는 '해당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책임과 권한과 보상이 주어지는지'를 명확히 내려주지 않는 업무 지시 때문에 나타나는 솔직한 세대의 당연한 반응이다. 결국 '요요요'에 대한 바른 인식과 합리적 대응은 시대적 과제이자 '가짜노동'을 방지하고 극복하는 길이다.

스타트업은 한마디로 열정으로 이뤄지는 집단이다. 그래서 '열정페이'로 일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열정도 '가짜경영' 앞에서는 쉽게 무너진다.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업무 시간에 갇히지 말고 '진짜경영'을 위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며, 업무 공평성과 형평성을 고루 갖춰 가는 조직문화에 힘써야만 성숙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야말로 직원 탓을 우선하지 않으면서 '가짜노동'을 줄이는 선행조건임을 명심하자.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anwool@ge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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