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발전 부문뿐만 아니라 산업, 수송, 건물 부문에서도 엄청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부분 건물은 기존에 지어졌는데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전자신문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ET테크리더스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가 2030년 NDC, 나아가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건물 부문 효율 혁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날 '제로에너지건축이 이끄는 공간혁신과 탄소중립'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와 환경 분야 대표 전문가로 꼽힌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으로 일하다 지난 1월부터 에너지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에너지공단은 에너지 효율,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지원한다.
이 이사장은 최근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NDC를 달성하기 위한 흐름이 뚜렷하다면서 건물 부문 효율 혁신을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ZEB)'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말한다. 기존 건축물과 비교해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제로에너지건축물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창호 등 건물 단열·형태를 활용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패시브(Passive) 기술' △고효율 설비·에너지관리시스템 등 기계적인 시스템을 활용한 '액티브(Active)기술' △건물일체형태양광(BIPV)과 지열 냉·난방 등 건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New&Renewable)기술'을 꼽았다. 이 세 가지 기술이 유기적으로 구성돼야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제로(0)' 이상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냉·난방 부하를 줄이면서 건물 안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태양광 등 설비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면서 “(제로에너지건축물을 구현하면)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투자비를 회수하고 남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제로에너지건축물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우리나라가 내년부터 2030 NDC에 본격 대응하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제로에너지건축물과 연관된 BIPV 기술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BIPV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물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다. 국토가 좁고 고층 건물이 많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기술로 꼽힌다.
이 이사장은 “지금은 국내에서 BIPV 실증보급 사업을 하는 수준인데 BIPV가 상용화되면 시장이 굉장히 빨리 클 것”이라면서 “BIPV가 상용화되면 건물 부문 에너지효율 향상 속도도 매우 빨라진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는 건물 단위를 넘어 도시 단위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해진다면서 관련 정보통신기술(ICT)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향후에는 '건물 전 과정'에 걸쳐서 탄소배출 관리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며 “지금은 건물 간에 에너지 생산·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