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이후 40년이 되는 국가연구개발은 우리 산업구조 고도화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기술혁신 환경은 결코 지속 발전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어떤 정책 변화와 대응이 필요한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성철 원정연구원장은 2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관에서 개최된 15회 원정 포럼에서 '국가연구개발 40년 혁신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국가 연구개발로 얻은 이득과 발전을 강조하는 한편, 한계 또한 분명하다고 밝혔다. 40년간의 국가연구개발 체제로 이룬 혁신생태계가 큰 약점을 지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분야 집중에 따른 다양성 저해 △분야간 협업 취약 △공동연구 취약 △가시적, 단기 성과 우선 △수직적 관계 중심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어려운 평가체제 등을 취약점으로 언급했다.
정 원장은 “그동안 과학기술정책은 과학기술 지식보다는 사회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것에 집중했다”며 “과학기술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은 등한시 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내세운 전략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역량 강화 효과는 거두기 어려웠다는 진단이다.
관리체제에 대해서도 “1982년 2300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27조원이 될만큼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늘어났는데, 그만큼 관리체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연구 관리에 집중하는, 연구를 너무 생산 측면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정 원장은 향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연구 자율성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제도 혁신 과제로 연구 자율성이 핵심 이슈로 등장했지만, 그 관점이 과도하게 제한적”이라며 “과학기술계 스스로 연구 가치와 필요성을 판단하는 자율성이 필요하고, 연구 조직, 개인에 대해서도 자율성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과기 혁신 주체간 상용작용과 융합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방 단계에서는 주체간 상호작용보다 경쟁적 학습, 다양화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효과적이지만 혁신 기반 경제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이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며 “연구분야 다양성을 이루고 주체간 상호작용으로 이후 새로운 발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포럼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공감의 뜻을 밝히고 의견을 더했다.
송철화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장은 법과 제도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는 견인자가 아닌 후원자로서 역할을 재정립 해야하고, 개방형 선순환 체계를 이뤄야 한다”며 “DJ 정부 때 만들어진 과학기술 기본법을 일신해야 하고 연구현장을 위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선도 필수”라고 전했다.
이병헌 광운대 교수는 “대학의 창의연구 촉진이 부족했고, 과학분야 창의성을 키우는데 부족했다”며 “기초연구 펀딩도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혁신 생태계는 현재 동맥 경화 상태로 사람과 돈, 지식 분야에서 막혀있다”며 “현재 정부는 관리 중심의 2세대 연구개발에 머무른 상태로, 개방성과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와 관련 채영복 원정연구원 이사장은 “과학기술은 과거 '어떻게 할 것인가(How to do)'에서 벗어나 '무엇을 할 것인가(What to do)'를 신경쓰는 시대로 가야 한다”며 “새로운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