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들은 '코인 상장에 특정 인물이 개입 가능한가'라는 의혹에 꾸준히 시달리고 있다. 빗썸의 아로와나 토큰 사례의 경우, 특정 인물이 상장 시점을 조율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빗썸의 대주주 비덴트의 주요 관련 인물 강종현 회장 등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이와 같은 의심은 조금씩 더 거세졌다. 이는 빗썸 상장을 결정하는 '상장심의위원회'의 구성원에 대해 외부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에 빗썸 측은 현재 위원회 구조상 특정 인물이 심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없고, 외부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서도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허백영 빗썸 사장 겸 경영위원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심의위원회의 구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며 “아주 민감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심의에서 위원회 구성을 비밀로 하는 것은 상당히 일반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역시 가상자산거래소 라이선스 신고 수리를 위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결정을 하였는데, 위원회 구성은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됐다. 이는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거래소들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빗썸 역시 같은 이유에서 코인 상장 청탁을 막기 위해 심의위원 구성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빗썸 설명에 따르면 위원회 심의 결과는 단독 인물 혹은 소수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 빗썸의 심의위원장은 대표와 동등한 위치에 있고, 상장 심의와 관련된 사항을 대표이사에게 보고하거나 논의하지도 않는다.
여러명 심의위원이 심의회에서 각자의 개별 의견을 내고, 그 개별 의견을 취합하여 결과가 결정된다. 위원들 모두 권한이 동등하며, 그 누구도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고, 심의회 외부 영향도 받지 않는다.
허 사장은 “아로와나 토큰 상장 당시 제가(허백영 사장) 대표이사였고, 심의위원장은 그 이전 대표이사였는데, 대표이사인 저조차 심의위원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했다”며 “그 정도로 심의 위원회 독립성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빗썸은 심의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심의위원을 공개하라'는 요구와 '브로커가 심의위원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하라'는 요구를 동시에 받고 있는데, 이 모순 간에 난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난 국감에서 '허백영 대표에게 무릎을 꿇으면 된다'는 말이 나왔는데, 일면으로는 심의위원들을 기밀로 하는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허 사장은 같은 맥락에서 '상장심의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조건이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 모든 프로젝트가 해당 조건을 집중 공략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코인을 구별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허 사장은 “수능 시험 일주일 전에 문제를 모두 공개하고 시험을 보는 것, 혹은 은행이 대출 심사 조건을 모두 공개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며 “투명해야 할 것은 투명하고, 불투명해야 할 것은 불투명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