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정치적인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모양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가 오히려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박 전 위원장은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한 명도 없다”며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행정참사가 분명한데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박 전 위원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만나 정쟁의 종식을 선언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함께 사과하라. 책임지는 자세로 대책을 마련하고 정치의 역할을 다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이름으로 사과했다. 박 전 위원장은 “한때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을 지냈던 정치인으로서 나부터 먼저 온 마음 다해 사과한다”며 “정치가 잘못했습니다. 정쟁으로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고, 청년들을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30일에도 “모두가 어디에서든 안전한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보장하지 못한 정부와 정치가 비어있던 탓”이라며 “영수회담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민주당이 먼저 제안하라”고 조언했다.
이후에도 “정치권 모두가 다 함께 자성하고 되돌아봐야 할 시기에 비극적 참사를 제발 이용하지 말라. 여야 인물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꼬투리 잡아 서로를 공격하는 정쟁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여야가 참사 수습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메시지와 타이밍이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생각을 밝혔다. 신 교수는 “누구 책임론이라는 것을 꺼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언가 밝혀진 사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얘기하면 여론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도 “박 전 위원장이 가진 정무 감각으로는 여야의 대결적 구도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이 시기에 내는 메시지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박 전 위원장이 다시 정치를 하고 싶다면 (SNS가 아닌) 아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한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31일 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영수 회담은 이미 이재명 대표가 제안해 놓은 상황”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아울러 “지금은 사태 수습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장례 절차나 사고 수습이 먼저”라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