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의 투자회수(엑시트) 시장 규모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회수 시장이 축소되면 재투자에 쓸 자금이 부족해져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3분기 미국 회수 시장 규모가 140억달러(약 19조91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미국은 올해 1분기부터 회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불안, 금리 인상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투자자들이 대형 투자를 줄였고, 이로 인해 상장 전 단계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벤처 붐이 일었던 지난해 미국 회수 시장은 역대 최대인 7814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635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벤처투자 시장 트렌드는 세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국내 역시 이 트렌드를 따라간다. 올해 초부터 미국 투자 시장이 축소되자 유럽 등 다른 지역 투자도 경색됐다. 국내도 3분기 들어 40% 이상 투자가 감소했다. 회수 시장 축소 영향은 이미 국내에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투자 심리가 얼어붙자 연내 상장이 예상됐던 케이뱅크, 컬리 등이 기업공개(IPO) 일정을 연기하는 등 IPO 연기나 철회 사례가 속출했다. 회수 시장이 막히면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다시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피치북 애널리스트는 “현 상황대로라면 올해 총 회수 시장 규모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출구가 없어 기관 투자자 유통이 제한되고, 그 결과 내년에는 벤처캐피털(VC)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