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네이버, B2B 조직개편 나서는 배경은…"글로벌 경쟁력 UP"

네이버가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모두 네이버클라우드로 합치는 것을 추진한다. 서비스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다, 몸집을 키울수록 해외 진출에도 한층 더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는 내달 7일 클로바(AI), 웨일(브라우저), 웍스(협업 솔루션), 파파고(번역) 등의 B2B 비즈니스의 핵심 사업을 네이버클라우드와 융합하는 방향의 조직개편 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공동대표가 나서 전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관련 내용을 공유한다. 이날 조직개편 범위와 시기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올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또 사업부 전체 직원을 네이버클라우드로 이동할지, 네이버 본사와의 업무 협력이 많은 일부 부서는 제외하고 쪼개서 합칠지 등의 세부 계획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이 같은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데는 클라우드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원이다. 지난 2017년 네이버클라우드가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때만 하더라도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등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까지도 독보적인 점유율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년만에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네이버 내부에 광범위하게 쓰던 클라우드 기술을 그대로 상용화했고, 타 기업에도 검증된 서비스를 적용하면서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갔다. 현재 국내 6만6000개가 넘는 기업이 네이버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925억원, 2020년 6221억원, 지난해엔 860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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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를 선언한 네이버는 B2B 비즈니스의 핵심인 클라우드 사업을 필두로 해외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네이버의 주요 인프라들이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 구축돼 있는 만큼 이들 시장 진출을 우선 공력한다. 최근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싱가포르의 클라우드 인증자격까지 취득했다. 네이버는 3년 내 APAC(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1위 업체로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관리서비스업체 '클라우드포씨(Cloud4C)와도 손잡았다.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영업과 기술 전문가 조직을 공동 운영키로 했다. 네이버는 미국, 독일 등 10개의 글로벌 거점 지역을 확보, 국내와 동일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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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글로벌 거점 지역을 확보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 자체의 리더쉽 변화도 예고돼 있다. 박원기 공동 대표가 내년부터 APAC 사업개발 대표직을 맡아 네이버클라우드 글로벌화를 주도한다. 김유원 공동대표는 현 클라우드 사업을 고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네이버는 글로벌화·고도화를 하기에 앞서 관련 사업을 한 곳으로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교통정리를 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이미 협업도구인 네이버웍스는 네이버클라우드가 서비스를 하고 있고, 네이버 클로바 CIC의 야심작 '클로바 스튜디오'도 네이버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물리적인 조직 합병으로 사업 시너지를 배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근간으로 여러 사업 부문이 합쳐지면서 네이버클라우드 사명이 변경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2020년에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된 만큼,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그 날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성적표도 발표한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올해 3분기 예상 실적을 매출액 2조1000억원, 영업이익 2957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