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팀, 대형 산불 위험도 AI로 1주일 전 세밀한 예측기법 개발

윤진호 GIST 교수 등 美 초대형 산불 사례 검증…4㎞ 고해상도 산불 위험도 예측 가능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윤진호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이 미국 연구팀과 공동으로 인공지능(AI) 예측 모델을 활용해 최대 1주일 전에 세밀한 행정구역 단위로 대형 산불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산불 발생의 중요한 선행조건으로 꼽히는 '산불기상지수(FWI)'를 정확히 측정해 산불 발생의 위험도를 미리 알 수 있는 예측 시스템의 구축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FWI는 산불 발생에 최적인 기상 조건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표면 근처 온도·습도·바람·누적 강수량을 이용해 계산하며 지수가 높을수록 산불 발생, 특히 대형 산불 발생의 위험이 높음을 의미한다. 산불 예측의 정확도는 과거 관측을 기반으로 계산한 산불기상지수와 예측한 기상 조건으로 계산한 산불기상지수의 편차로 정의한다.

현재까지 산불 예측은 산불 발생 및 발달의 비규칙성과 예측모델의 한계 때문에 제한적인 규모와 지역에서만 시도되고 있다. 특히 기존 연구에서 활용하는 날씨예측모델은 100㎞ 수준의 수평해상도로 생산되고 모델의 오차 때문에 이를 토대로 예측하는 산불 날씨의 정확도가 낮은 상황이다.

한·미 연구팀은 날씨예측모델로 얻은 기온·습도·강수·바람 등 기상인자를 이용해 계산한 산불기상지수의 예측 능력을 AI와 딥러닝 기법으로 향상시키고 수평해상도 4㎞ 고해상도 산불 위험도 예측자료를 생산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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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구팀이 개발한 산불예측시스템의 모식도. 날씨예측 모델의 결과를 활용해 예측성이 개선된 수평해상도 4km의 산불기상지수 생산과정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2011~2017년의 기상예측모델 결과와 고해상도 관측기상자료를 활용해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 예측 성능을 2018년 8월과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인 '맨도치노 콤플렉스' 산불과 '캠프파이어' 산불 당시의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실제 산불 발생일로부터 최대 7일 전부터 산불 위험도가 급속도로 상승하는 패턴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미지 처리에 많이 사용하는 단일 이미지-초고해상도(SISR) 기법을 활용해 빠른 처리 속도와 우수한 성능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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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GIST 교수.

새로 개발한 AI 융합 예측 모델은 높은 정확도와 짧은 시간 내에 예측 지역의 수평해상도를 4㎞까지 확대할 수 있다. 다시말해 100㎞ 수준의 정보로는 광주·전남 전체 지역에 대한 예보정보가 생산 가능하다면 4㎞일 때는 좀 더 세밀한 지역 행정 단위, 즉 특정 동 단위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AI 예측 모델은 동일한 과정을 단 몇 초 만에 처리하여 최종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처리 속도가 요구되는 단기 예측의 실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진호 교수는 “이번 연구에 적용된 방법은 전 세계 어떤 지역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산불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른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를 예측하는 시스템에도 적용해 볼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연구와 예측 시스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GIST 지구·환경공학부 박사과정 졸업생인 손락훈 막스플랑크 박사후연구원와 윤진호 교수가 주도했으며 미국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 연구팀, 유타주립대(USU) 연구팀,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정지훈 전남대 교수, 임교선 경북대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로, 지스트와 기상청 가뭄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기상학 분야의 국제 저명학술지인 '지구 시스템 모델링 진보 저널'에 최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