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반시진핑' 시위한 홍콩 남성, 中 영사관 끌려가 구타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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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반(反)시진핑 시위를 벌이다 중국 영사관에 끌려가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홍콩인 밥. 사진=트위터

영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규탄 시위를 하던 홍콩 남성이 중국 영사관에 끌려가 집단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중국 공산당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개막한 가운데 영국 소재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反)시진핑’ 시위를 벌이던 홍콩인 밥이 영사관 안으로 끌려가 구타당했다.

밥을 포함한 시위대는 16일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문구의 현수막과 시 주석을 풍자하는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 등을 들고 영국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영사관 측은 앞서 시위대에 반대편 거리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듣지 않았다. 이어 말다툼이 시작되자 영사관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포스터를 부수는 한편, 시위대 중 한 명인 밥을 끌고 들어가 폭행했다. BBC에 따르면, 영사관 관계자 중 일부는 헬멧과 보호장비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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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와 중국 영사관 관계자, 영국 경찰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영사관측이 시위대 한 명을 끌고 들어갔는지 나와서 폭행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트위터

당초 현장에는 2명의 영국 경찰이 있었으나, 이들은 영사관에 허가없이 들어갈 수 없다. 폭행을 목격한 경찰이 주저하다 내부로 진입해 피해자를 끄집어내고서야 폭행이 중단됐다.

풀려난 뒤 밥은 BBC에 “이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는 여기(영국)에서 우리가 원하는 무엇이든 말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폭행 사건이 보도되자 영국 측 인사들은 잇따라 유감을 표했으며, 현지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전 보수당 대표인 이언 던컨 스미스는 수엘라 브레이버만 영국 내무장관에게 “이 문제를 시급히 조사하라”고 요구하며 트위터에 “영국 정부는 중국 대사관에 완전한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책임자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당의 데이비트 래미 대변인 역시 “심각하게 우려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이라며 “영국은 자유, 법치, 민주주의의 나라다. 평화로운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우리 거리에서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영사관 측은 시위대의 잘못을 꼬집으며 되려 영국 경찰이 영사관 안에 진입한 것을 문제 삼았다. 영사관 대변인은 BBC에 “시위대가 시 주석의 모욕적인 초상화를 정문에 내걸었다. 이는 어느 나라의 대사관과 영사관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은 항상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한다. 우리는 영국이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과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BBC는 영국은 영사관 직원과 그들의 재산에 외교적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비엔나 협약 서명국이지만 외교관과 그 직원은 여전히 영국 법의 적용을 받고 영국 정부는 잠재적으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를 선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소재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 밖에서는 반중 시위가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경찰이 자주 출동한다. 종종 다툼이 벌어지지만 영사관 직원이 현수막과 포스터를 내리기 위해 밖으로 나오거나 시위대를 안으로 끌고 들어가 구타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BBC는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