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너지 안보·탄소중립 전환 <9>덴마크 '녹색전환' 현장을 가다(하)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고 있지만 덴마크와는 환경이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초당적인 대타협으로 녹색전환 정책 기틀을 마련한 덴마크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치화로 인해 에너지원별 대결 구도가 명확하다. 또 인접국과 송전선로가 연결되지 않은 독립계통, 발전시설에 대한 낮은 수용성도 난제다.
우선은 우리나라가 덴마크처럼 법·제도 개선을 통해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덴마크 사례를 참고해 만든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풍력발전 원스톱 숍)' 법안이 지난해 5월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 이 법안은 산업통상자원부에 풍력발전추진단을 두고 관련 인·허가를 총괄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통상 6년 이상 소요되는 풍력발전 인·허가 과정을 대폭 줄이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법안은 1년5개월 동안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권한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현행 상태면 풍력발전 인·허가 전담창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 환경부가 풍력발전에 관한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 창구가 분산된다. 법안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반쪽자리로 그칠 수 있다.
고질적인 에너지원별 대결 구도도 우리나라가 풀어야 할 숙제다. 덴마크는 해상풍력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했다. 원전은 1985년부터 배제했기 때문에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비교적 단순한 목표를 잡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기존 화석연료 산업과 재생에너지에 더해 원자력발전까지 산업적 경쟁력을 갖췄다. 다양한 발전원이 산업 경쟁력을 갖추면서 단순하게 목표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특히 특정 에너지원이 정치 성향과 직결되는 경향이 있다.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확대 정책을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에너지원별 대결 구도는 더 첨예하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급과 안보 위기가 심화되는 시기에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과 효율적인 발전, 환경에 기여하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적 에너지원을 선별해야 한다.
또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독립계통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계통의 섬'인 우리나라는 덴마크와 같이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해결하기 위한 계통을 만들기가 힘들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같은 기업들도 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만큼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강화, 재생에너지를 다른 합성 연료 형태로 저장하는 방식 P2X(Power to X) 기술 개발도 집중해야 한다.
코펜하겐(덴마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