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디지털 경제 '컨트롤타워'

“중소벤처기업부가 (팹리스 정책의) 컨트롤 타워입니까. 중기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은 (각각) 무엇입니까. 업무 분장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양향자 의원(무소속)이 이달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중기부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시작부터 덜컹거리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산업 정책을 질타했다.

국내 팹리스 기업 가운데 90%가 중소기업으로, 주무 부처인 중기부에 지원 임무가 부여됐다. 하지만 중기부를 비롯해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산업부와 연구개발(R&D)을 맡은 과기정통부가 저마다 역할을 일임한 채 협업은 원활하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 현장에 혼란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양 의원은 중기부의 업무 전문성을 꾸짖는 동시에 반도체산업 육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정부 행태를 쏘아붙인 것이다.

정책 바로미터인 예산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처별로 약 8000억원의 예산이 중첩된 반면에 실무 인력 양성 등 정작 필요한 예산은 빠졌다는 지적이다. 갈 길 바쁜 팹리스 산업계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 세계 팹리스 시장 점유율은 미국(68%)이 압도적이다. 한국(1%)은 대만(21%), 중국(9%)에도 뒤처져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산업 초강대국'을 목표로 야심 차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도 관가의 고질병인 '부처 칸막이'라는 문턱에 걸린 듯하다. 현 정부의 핵심 육성 산업인 반도체 산업도 이러한데 다른 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해묵은 과제인 부처 칸막이를 없애자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칸막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뾰족한 묘책이 있었다면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정부는 당장 근본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면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양 의원의 질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반도체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서 중기부·산업부·과기정통부의 업무를 칼같이 나눌 수 있을까. 산업 진흥 대표 기관인 중기부, 산업부, 과기정통부 등 이들 세 부서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세 부서를 관장하는 부총리급 이상의 자리를 신설해서 부처 업무를 조정하고 정책을 일원화하는 중심축을 세우는 건 어떨까.

더욱이 이제는 기업이 직접 R&D에 투자하고 산업적 성과를 내고 있다. 디지털 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업화 기간까지 줄었다. 정부는 기업이 뛸 수 있는 판을 깔아 주기만 하면 되는데 부처마다 다른 장단 때문에 기업 스텝이 엉망이다. 최대 애로사항의 하나로 여러 부처와 업무해야 하는 다중 소통을 꼽는다. 디지털 경제에 맞게 중기부·산업부·과기정통부를 관통하는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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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