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전 음악회에 서기를 거부했던 우크라이나의 저명한 지휘자가 러시아 군에 피살당했다고 뉴욕타임즈(NYT),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최대 악단인 길레야챔버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유리 케르파텐코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반체제 인사를 겨냥한 최근 사례라고 NYT는 전했다.
헤르손주는 러시아의 침공 초기인 3월 가장 먼저 러시아에 함락됐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 가운데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크름반도)와 가장 가깝기 때문에 주요 연결지로 역할이 크다.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주 탈환을 위해 현지 러시아군을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점령지 헤르손의 ‘평화적인 삶’을 보여주기 위해 이달 1일 선전 음악회를 기획했다. 여기에는 케르파텐코가 수석지휘자로 있는 길레야챔버오케스트라도 포함됐으나, 그는 “점령자들의 협력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케르파텐코는 지난 5월까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반감을 지속적으로 표출해왔다.
그의 신변에 위협이 생긴 것은 음악회 거부 이전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타지역에 거주하는 케르파텐코의 가족들은 지난달부터 그와 연락이 두절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방검찰은 그의 사망과 관련해 '의도적 살인에 관한 전쟁 범죄'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케르파텐코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국제 음악계에서는 러시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핀란드계 우크라이나 지휘자인 달리아 스타세프스카는 “러시아가 예술가들에게 ‘따를 것이냐 아니면 죽을 것이냐’라는 선택권을 내민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우크라이나 소설가인 빅토리아 아멜리나도 “우리는 러시아 정권이 활동가, 언론인, 예술가, 지역사회 지도자, 그리고 점령에 저항할 준비가 된 사람들을 사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