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AI로 돼지 복강경 수술 성공...'AI의사' 임박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으로 돼지 복강경 수술에 성공했다. 사람의 도움 없이 로봇으로만 동물 대상 복강경 수술을 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가 전문의를 대신해서 환자를 수술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로봇으로 진행한 전자동 수술 결과를 실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내시경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학습한 AI로 양팔 로봇을 조작, 돼지 내장을 꿰매는 데 성공했다. 실험을 주도한 악셀 크리거 조교는 “2027년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라면서 “암세포 절제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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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닛케이는 섬세한 수술 방법이 필요한 내장 봉합은 외과 수술에서도 난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AI를 활용했다. 생체 조직을 꿰매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AI에 입력해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장기 움직임 등을 학습하도록 했다. 이후 GPU가 구현한 고속 처리 기능으로 신속하게 수술을 마쳤다.

전체 실험 시간 가운데 사람이 관여한 비중은 수술 전 위치 조정 등에 필요한 20% 정도였다. 나머지 80%는 AI가 자동으로 진행했다. 전문 외과의가 집도한 사례나 AI 비사용 로봇보다 꿰맨 실의 간격·깊이 편차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세계적으로 의사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각국에 수술 자동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대 등이 지난 5월 영국 의학잡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에서 부족한 의사는 640만명에 이른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동 등이 심각한 의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는 일본, 한국 등에서는 향후 의사 지망자가 현재 대비 현저하게 부족할 것으로 봤다. 논문은 의사 고령화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의료 서비스 질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2020년대 후반쯤에나 로봇이 모든 수술 단계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술에서는 충분한 임상실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일부 수술 과정에 투입되거나 미숙한 의사를 지원하는 로봇 기술이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