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소매업계 재고 급증
여행·오락 중심 지출행태 변화도 대응
개막 6주 이상 남았지만 출혈 마케팅 불사
타깃·월마트·아마존 등 대규모 세일 추진
미국 유통업계가 현지 최대 할인 행사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를 겨냥한 할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블프 개막까지 앞으로 6주 이상 남았지만, 경쟁사에 앞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역대급 할인율을 내세우며 '출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소매업계가 블프 마케팅에 돌입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창고에 많은 재고를 쌓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블프 수요 공략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날 미국 대형 유통기업 타깃은 전자제품, 장남감 등을 정상가 대비 50% 저렴하게 판매하는 블프 세일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0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에서 TV, 에어프라이어 등 가전 제품은 물론 비츠바이닥터드레 헤드폰 등 고가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WSJ에 따르면 타깃은 작년보다 3주 앞서 블프 행사 시작을 알렸다. 타깃은 소비 행태 변화에 따라 증가한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월마트도 할인 판매에 나서며 타깃에 맞불을 놓는다. 블프 쇼핑을 빨리 즐기고 싶은 고객을 위해 오는 14일까지 애플워치, 전기자전거 등 인기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대규모 세일을 진행한 아마존은 이달 11~12일 미국 등 15국에서 유료회원을 위한 '프라임 얼리 액세스 세일'을 연다. 성탄절 선물에 적합한 장난감, 전자기기 등을 대거 선보인다. 아마존이 한 해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두 번 여는 것은 처음이다.
WSJ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변화한 소비자 지출 습관으로 미국 소매업계 재고가 급증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초기 오프라인 매장에서 정부 지원금으로 가정용품, 의류 등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이제는 여행이나 오락 등 서비스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상승도 소비 행태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WSJ은 팬데믹에 따른 온라인쇼핑 확산에 따라 미국 유통업계가 블프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오프라인에 집중한 소매업체들이 온·오프라인 플랫폼에도 모두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1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 소매업계가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어 기업별 이윤이 감소하거나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들이 공격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면 초과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감수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프는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이튿날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12월 25일)까지 이어지는 할인 행사 기간이다. 해당 기간 미국에서 연중 최대 소비액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지 유통가의 최대 대목으로 꼽힌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