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TX가 기상 관련 안전설비 없이 일반철도에서 위험천만한 질주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운행속도 180㎞/h 이상의 철도 중 기상검지장치 설치가 완료된 곳은 단 한 곳으로 확인됐다.
기상검지장치란 선로변의 기상조건 변화(태풍, 집중호우, 폭설 등)를 검지하는 장치다. 운영자가 검측된 기상수준에 따라 열차의 감속 또는 정지를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다.
운행속도 180㎞/h 이상 노선 중 기상검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노선은 △전라선(익산~여수) △경춘선(망우~춘천) △중앙선(덕소~서원주) △중앙선(서원주~봉양) △중앙선(영천~모량) △호남선(광주송정~고막원) △동해선(태화강~포항) △대구선(금강~영천) △중부내륙선(부발~충주) 등 총 9곳이다. 이중 중앙선 영천-모량 구간과 서원주-봉양 구간은 운행속도가 250㎞/h에 달한다.
특히 ITX-청춘이 다니는 경춘선을 제외하면 이들 대부분은 KTX나 KTX-산천, KTX-이음 등 고속철도차량을 운영하는 곳이다.
국가철도공단은 답변서를 통해 “기상검지장치는 고속철도 전용선 구간에는 필수로 설치해야 하나 일반철도 구간은 운행속도 180㎞/h 이상 구간에 한해 해당 선로의 여건을 고려해 설치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또 “2013년 5월 16일 이전에는 일반철도 구간 안전설비 설치에 대한 기준이 없어 전라선 등 3개 선구엔 (기상검지장치를) 미설치했다”며 “이후부터는 운행속도 180㎞/h 이상의 운행구간에 (기상검지장치를) 설치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으나 설치의무가 필수가 아니어서 설계 및 시공 단계 시 해당선로의 기후조건 등을 검토하여 설치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일반철도 구간에도 운행속도와 관계없이 안전설비를 확대 설치하기 위해 관련 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철도공단은 일반철도에 기상검지장치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을 여전히 확보하지 않았다. 20㎞마다 해당 설비가 있는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 등과는 다른 상황이다.
조오섭 의원은 “국가철도공단은 의무 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안전설비 설치를 미뤄왔다”며 “최근 힌남노와 난마돌 등 태풍으로 인해 전국이 비상사태가 됐다. 일반철도 구간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상검지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