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우주개발 핵심기관 거듭나다]<3>다누리호 우주인터넷 시험 탑재체

지난 8월 5일은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날이다. 이날 우리 첫 달 궤도선(KPLO) '다누리'가 우주로 솟아올랐다.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을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이 역사적인 일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노력과 도전도 함께 담겼다. ETRI는 다누리에 실린 '우주인터넷' 탑재체를 통해 탐사선-지구 간 통신 시험을 시행, 이 기술이 심우주 통신에 적합한지 여부를 검증한다.

우주인터넷은 말 그대로 인터넷 통신방식을 우주통신에 적용한 것이다. 다만 우주는 지상과 달리 갖가지 이유로 통신 두절이 빈번하고 전송지연도 길다. 전송 에러 문제도 있다. 기존 지상 인터넷 프로토콜(TCP/IP)을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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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우주인터넷 탑재체 개발진

이 때문에 단절과 지연에 내성을 가진 'DTN(Delay/Disruption Tolerant Network)' 프로토콜이 쓰인다. 통신 노드가 수신 데이터를 일단 저장한 후 인접 노드와의 연결을 확인한 후에야 전달하는 '스토어&포워드' 방식으로 단절과 지연에 내성을 확보하는 통신방식이다. 통상 우주통신 분야에서는 DTN 용어가 우주인터넷으로 통용된다.

이에 기반한 ETRI 우주인터넷 탑재체는 다누리, 지구의 노드들 사이 통신을 수행한다. 미국 NASA 심우주 통신센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제센터와 ETRI 우주인터넷통신센터, 달 착륙선 및 로버 통신 모듈 등의 노드를 이어 우주인터넷 기반 통신을 수행하는 것이다.

통신 내용으로는 우주와 지상 간 메시지 및 파일 전송,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수행하게 된다. ETRI는 그룹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영상을 다누리에서 지구로 직접 스트리밍하는 시험까지 준비하고 있다.

ETRI는 이렇게 확보한 기술이 달 탐사는 물론, 이후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탐사'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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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우주인터넷 탑재체

우주인터넷을 실제 달 궤도에서 활용하는 ETRI 도전은 세계에서도 처음 있는 시도다. 우주인터넷 기술은 우주를 무대로 여러 위성과 우주선을 잇는 단일 통신망을 이뤄, 우주개발 진화를 가져온다.

현재 우주인터넷, DTN은 '우주데이터 시스템 자문위원회(CCSDS)'를 통해 국제 표준화가 진행 중이다. 향후 우주탐사 기본 통신방식이 된다면 우리나라 우주 기술, 우주통신 분야 위상 역시 급상승하게 된다.

ETRI는 우주인터넷 탑재체 외에도 달착륙선-로버 간 통신에 쓰이는 근접통신기술(Proximity-1) 기능 모델도 개발했다.

우주인터넷 탑재체를 비롯한 ETRI 성과는 기관 홀로 이룬 것이 아니다. ETRI가 탑재체 설계와 시험 등 핵심 역할을 맡았지만 한양대, 루미르, 세미콜론, 위즈노바, 님버스, 스페이스비트 등 학교와 산업체도 힘을 보탰다. 특히 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 예비타당성 조사 기획과정에서 기획위원장을 맡은 이창진 건국대 교수가 해당 기획에 우주인터넷을 포함, 도전 시작을 가능케 했다.

이병선 ETRI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은 “우주인터넷은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과 활용도가 높아지게 될 분야”라며 “우리나라가 이동통신처럼 우주통신도 주도하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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