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美 패션 리커머스 1위 사업자로 등극
아시아·북미 아우르는 글로벌 리커머스 포트폴리오 구축
스토리·엔터·커머스 사업간 연계 강화…"실리콘밸리서 진검승부"
네이버가 2조3000억원대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북미 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 취임 후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최수연 대표가 던진 승부수이자 네이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다.
네이버는 4일 나스닥 상장사인 북미 최대 개인거래(C2C) 리커머스 플랫폼 '포시마크'(Poshmark)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16억달러(약 2조3441억원)다. 포시마크의 순기업 가치를 주당 17.9달러인 12억달러로 평가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내년 4월 4일이다. 내년 인수가 마무리되면 포시마크는 네이버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포시마크 인수는 네이버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다. 2011년에 설립된 포시마크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결합된 미국 대표 중고 C2C 플랫폼이다. '자신의 옷장에 있는 옷을 판매하고 거래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설립 이후 총 8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 미국 리커머스 분야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 18억달러, 매출 3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용자의 80%가 MZ세대다.
이번 인수로 네이버는 대규모 사용자를 단숨에 확보하게 됐다. 포시마크의 지난 3년 평균 성장률이 25%이던 점과 캐나다·호주·인도에도 진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 1억명 달성은 시간문제다. '5년 내 글로벌 이용자 10억명'을 만들겠다는 최 대표의 미션에도 한발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유럽과 북미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C2C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C2C 시장의 요충지인 북미(포시마크)를 거점으로 한국(크림)·일본(빈티지시티)·유럽(베스티에르)을 잇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특히 크림의 경우 아시아 크로스보더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아시아 권역의 리셀플랫폼 업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인수에서 주목할 점은 네이버의 기존 콘텐츠 사업과 포시마크를 통한 커머스 사업의 시너지다. 네이버는 웹툰과 왓패드 중심으로 스토리와 엔터테인먼트 사업과의 서비스 연계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쇼핑, 웹툰, K-팝 콘텐츠를 넘나드는 차별화한 커뮤니티 기반의 C2C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다.
최 대표는 “포시마크로 네이버는 북미의 MZ세대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서 “IT 산업 본진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며 한 단계 높은 성장을 기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너무 비싼 가격에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남선 CFO는 “자본시장 등 외형적 가치가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좋은 회사를 매력적인 가격에 인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북미시장에서 거래규모가 포쉬마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디팝'은 지난해에 16억3000만달러(2조3000억원)에 인수됐다”고 설명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