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팹리스산업협회가 반도체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상생하고 국가 시스템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멀티프로젝트칩(MPC)' 사업을 가동한다. 팹리스별 특화된 반도체 설계 기술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하는 신개념 시양산(Pre-Production) 방식이다. 협회는 MPC가 시스템 반도체 개발 비용 절감뿐 아니라 시제품 생산 수율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는 최근 MPC를 중점 사업으로 선정, 국내 반도체 팹리스 대상 수요 조사에 착수했다. 시스템 반도체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정부기관과 파운드리 대상으로 사업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MPC는 기존 여러 회사 반도체 시제품을 파운드리에서 만드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개선한 개념으로 협회가 처음 제안했다. 관련 특허도 출원 중이다.
기존 MPW와 MPC는 여러 회사가 반도체 시양산에 참여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MPW는 웨이퍼 한 장에 다수 회사 반도체 칩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반면 MPC는 한 장의 웨이퍼에 반도체 설계자산(IP)이나 코어, 라이브러리, 소프트웨어(SW)가 한 칩으로 구현된다. 대표적인 시스템온칩(SoC) 구조로 팹리스 기업별 서로 다른 역량을 합쳐 고성능·고품질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유리하다.
협회는 MPC가 시양산 효율도 극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MPW는 기업별로 웨이퍼 한 장에 100~200개 칩을 생산할 수 있다. MPC는 여러 회사 반도체 설계물이 한 칩에 구현되기 때문에 웨이퍼 한 장당 만들 수 있는 시제품 수가 늘어난다. 웨이퍼 한 장당 하나의 반도체 칩만 생산하는 '싱글런' 기준으로 수천개 칩을 시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양산 효율을 높이면 여러 고객사가 제품을 검토하고 신뢰성 검사를 대량양산 전 확인할 수 있다.
MPC는 열악한 IP 활용 생태계를 개선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MPC에 참여하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하나의 칩을 시양산하기 위해 공동 라이선스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설계와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부족한 IP는 MPC 기업 간 상호 공유로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협회는 MPC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많은 기업과 기관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MPC 생태계를 조성한다. 업계에서 MPC가 익숙하지 않은 만큼 개념 확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전개, 참여 기업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효승 한국팹리스산업협회 부운영위원장(네오와인 대표)은 “협회는 정체된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방안으로 MPC를 마련했다”며 “팹리스는 개발비를 절감하고 고품질 반도체를 확보할 수 있으며 파운드리는 공정 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MPW와 MPC 비교]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