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최근 무기 수출 규모를 늘리는 한국에 주목했다. 한국이 상대국에 최적화한 주문형 수출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일본이 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수출입은행을 인용해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 수출액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70억달러(약 10조24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올해는 2020년과 비교해 약 3배 늘어난 1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닛케이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가 발표한 한국 K2 전차 총 1000대, K9 자주포 600대 이상 수입 계획을 주요 사례로 들었다. 특히 한화그룹 계열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K9이 사거리, 연사속도, 신속한 이동 등 강점을 무기로 호주·이집트 등에 수출됐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도 K9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한국의 무기 수출 품목도 다양화하고 있다고 봤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지대공 미사일을 수출하는 한편 국산 전투기 개발에 도전, 인도네시아와 공동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이 늘어 무기 개발·생산력이 높아지면 한국의 자국 방위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 2017~2021년 무기 수출 규모는 2012~2016년과 비교해 2.8배 증가했다. 국가별 순위는 세계 14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닛케이는 한국이 상대국이 안전보장 환경과 재정, 산업구조를 철저히 조사해서 유연한 판매 방식을 찾는 '영업방식'에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필요에 따라 현지 기업과의 공동 생산, 중고 판매, 금융지원 등을 동원한다고 보도했다. 정부 경제원조를 덧붙인 협상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미국-유럽과 중국-러시아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민주주의 진영에 무기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강력한 무기 공급망을 확보하면 상대가 쉽게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에 자국의 무기 공급력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무기 관련 기술 수출을 금지하던 일본은 2014년 자국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경우 등 일정 조건 아래에서 수출을 허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외국과 체결한 무기 공급 계약은 불과 1건이다. 닛케이는 앞으로 수출이 늘지 않고 산업이 쇠퇴하면 자국에서 무기 생산·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일본이 한국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토 고타로 캐논 글로벌 전략 연구소 주임 연구원은 “일본은 부품 생산 등에 강점이 있다”면서 “한국처럼 상대국을 조사해 제안하는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