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소부장이라는 단어를 알게 만든 일본 수출규제 이슈가 발생한지 3년여가 지났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등 업종 중심 산업분류가 '종적' 분류라고 한다면 소부장, 즉 소재·부품·장비는 공급사슬을 고려한 '횡적' 산업분류방법이다. 그렇다보니 소부장 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절반 수준 규모(총생산 49%, 부가가치 55%(2019년 기준))고 지난해 무역수지는 1153억달러로 전 산업 무역수지 3.9배에 달하는 등 수출주도 산업구조인 국내 산업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는 그간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GVC)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충격으로 다가와 정부는 소부장경쟁력 강화대책(소부장1.0)을 서둘러 내놓았고 수요기업들은 국내로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발생한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1년여 만에 소부장 2.0 대책을 내놨다. 100대 핵심기술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기술개발 투자로 약 3년이라는 단기간에 약 4100억원 매출성과를 달성했고 민간투자도 비슷한 규모로 이뤄졌다. 대부분 기술개발 지원이 4~5년간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지원성과는 지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증 및 기술지원, 세제 및 금융지원뿐만 아니라 규제완화 및 제도개선 등 다방면 정책적 노력이 기울여져 100대 품목 대일의존도는 2019년 30.9%에서 지난해 24.9%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 소부장 대일의존도는 최근 10년간 역대 최저인 15.4%였다.
결국은 기술경쟁력이 관건이다. 소부장 산업은 공급망 근간이다. 글로벌 밸류체인 참여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에서 소부장 경쟁력은 곧바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자 국가 경쟁력이다. 기업 본질이 이윤 창출과 극대화라고 하면 동일 성능 제품을 싸게 만들거나 새로운 기능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해야하는 기술력이 관건이다. 국내외 기업 및 정부가 이러한 기술개발에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다.
단편적일 수는 있겠지만 소재는 반도체용 특수소재를 기술력을 보유한 특정국에만 의존하다가 수출규제 이슈로 홍역을 앓았다. 이차전지와 전기·수소차용 모터에 들어가는 희유금속은 오래된 표현이지만 '전략자원 무기화'도 우려됐다. 다행히 호주 원자재기업이 그간 국내에서 개발된 제련기술에 투자해 희토류 영구자석 원료를 공급하는 국내기업이 탄생해서 일부 자급화가 가능해졌다.
부품은 테슬라의 대형 다이캐스팅 공법인 '기가캐스팅'을 예로 들 수 있다. 금형을 이용한 다이캐스팅은 금속을 녹여 부품을 만드는 주조공법 중 전통적인 부품제조기술이지만 6000톤급 이상 대형 장비를 이용해 한번에 대형의 얇고 큰 부품을 생산함으로써 생산단가를 낮춰 줄 수 있어 여러 자동차 기업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소재에서 부품과 모듈,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공급망을 내재화할수도 없고 요소수와 같이 기술경쟁력이 아닌 원가 측면에서 바라봐야하는 품목들도 대다수다. 기술 우위 제품의 독자적 공급능력을 보유해야만 국내 수요기업의 유리한 단가협상과 안정적 생산활동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공급망 위기 시 국가 차원 레버리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그간 소부장 1.0, 2.0을 중심으로 소부장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집중 추진해왔지만 소재 산업의 특성상 전체 소부장 산업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수요-공급간 협력 생태계 구축, 외부요인에 대한 회복력 향상 및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전환 등 국내 제조업 지속성장을 위한 방향은 새로운 키워드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가야할 방향이다. 현재 여러 부처가 급격한 대외 환경변화와 상시적 충격을 고려해 공급망과 경제안보 확보를 위한 정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다양한 민간 주체들이 현장에서 산업혁신을 주도하고 실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 끌어주고 밀어주는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기대해본다.
임영목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소재부품산업 투자관리자(MD) rhyim@keit.re.kr
-
김영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