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관세 행정, '빅데이터의 바다'에서 헤엄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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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만명의 입국 여행자 휴대품, 하루 18만건의 특송화물에서 불법 반입되는 마약류를 찾아라' 관세청이 전국 공항만 통관 현장에서 매일 직면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관세청은 여행자 출입국 정보 및 과거 범칙 이력, 화물 통관정보 및 X-ray 사진 등 방대한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불법 마약류를 찾아내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도 관세청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260만톤 화물과 10만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국경을 통과하며 쌓이는 데이터의 양은 가히 '빅데이터의 바다'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관세청 전산화가 시작된 이래 30여년이 지난 지금, 빅데이터를 필두로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관세 행정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현재 관세청은 업무수행 방식 혁신부터 민간의 새로운 부가가치 및 비즈니스 기회 창출 지원, 범정부 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데이터 활용·개방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은 관세청 업무의 핵심 요소다. 관세청은 과거 불법 마약 반입 패턴과 출입국 정보를 분석, 마약류를 소지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행자를 선별한다. 수입신고서에 기록된 수입 업체의 주소·이메일 등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 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한 업체를 적발한다. 거래 관계망 데이터를 분석, 타인 명의로 우회 수입해 체납처분을 회피한 업체를 찾아낸다. 수출입 통관, 범칙행위 조사, 관세 국경 감시 등 관세행정 전 분야에 걸쳐 데이터 분석 없이 처리되는 업무를 찾기 힘들어졌다.

관세청은 수출입·물류 기업과 연구기관 등 민간분야에서 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 개방범위를 지속해서 확대하는 한편, 민간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통계를 개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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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관세청 '빅데이터 포털'이 신설됐다. 이를 통해 중소 수출입 기업들은 자사에 가장 적합한 정부 지원 사업을 실시간으로 찾아볼 수 있으며, 특정품목의 최신 수출입 추세를 분석해 해외 신규 시장 개척에 활용할 수 있다. 한편 관세청은 시의성 있는 통계를 개발해 기업 경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물류비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개발한 '해상·항공 물류비용 통계',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발표하기 시작한 '원유 수입단가 정보'가 대표 사례이다.

관세청의 무역 데이터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물가상승 등 범정부적인 현안 대응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관세청은 특정품목 수입 애로에 따른 공급망 위기 가능성을 미리 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C-EWS, Customs-Early Warning System)을 운영 중이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입 가격이나 물량이 급변(등락)하는 이상 징후를 포착, 관련 정보를 관계부처에 매주 단위로 공유하고 있다. 또 범정부 차원의 물가 안정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국민 생활 밀접품목 194개를 대상으로 수입 물가가 급등한 품목을 선별해 관계부처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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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데이터를 잘 정리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 경제 경쟁력 제고의 핵심이다. 관세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도 관세청은 데이터 활용·개방 영역의 확대,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다음 세 가지 분야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첫째, 법·제도적 기반을 정비해 나가고자 한다. 현행법상 관세청이 획득한 무역 데이터는 엄격한 '비밀유지 원칙'이 적용된다. 사생활 침해 차단, 기업의 영업기밀 보호 등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다. 다만 이러한 비밀 유지의 필요성은 '자기 정보 활용 결정권' 및 '데이터 이용을 통한 공공이익 창출'과 적절한 비교형량이 필요하다. 이 맥락에서 관세청은 무역 데이터 활용에 '마이데이터(my data)' 개념을 접목하는 한편, 민간 기관이 연구 등의 목적으로 관세청 데이터에 직접 접근,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현행 법적·제도적 기반에서 데이터 활용 영역을 점차 넓혀나갈 것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 지난 6월 신설한 '빅데이터 포털'에 해외 기업정보까지 연계한 다양한 데이터 분석 도구를 추가 탑재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공급망 매핑(mapping)' 작업을 연내 완료할 것이다.

경제 안보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해외거래처 등 주요 공급망 주체들 간의 복잡다기한 네트워크를 정밀 분석해 우리 경제의 '공급망 위험도'를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목적이다. 관세청은 매핑 결과를 유관 부처에 폭넓게 공유하여 범정부 차원의 글로벌 공급망 위험관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셋째, 데이터 개방·활용을 위한 관세청 내부 인프라를 지속해서 확충해 나갈 것이다. 내부 인프라 핵심은 인력, 조직이다. 관세청은 2017년부터 데이터 분석 인재 양성을 시작해 현재 100여명의 내부 전문가가 근무하고 있다. 앞으로도 데이터 분야 전문 인력 양성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조직 차원에서도 현재 데이터 분석·활용·개방에 있어서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팀의 기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관세행정 현장 맞춤형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일명 Customs Lab)과 관련해 연구진과 가졌던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약류, 총기류 등 불법 물품 단속 목적의 '인공지능(AI) 기반 최첨단 X-ray 장비'를 개발 중인 연구진은 AI 심층 학습을 위한 실제 현장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은 사례이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는 데이터에 있었다.

앞으로도 관세청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국민의 안전한 삶, 원활한 물류를 보장하기 위해 그 쓰임을 다할 것이다. 모두가 '빅데이터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윤태식 관세청장 yoon.taesik@gmail.com

<필자> 윤태식 관세청장은= 1969년 서울 출신으로 서울 영동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6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재부 국제기구과장, 통상정책과장,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맡았다. 국제금융 전문가로도 불리며 대내외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뛰어난 업무 추진력으로 조직 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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