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를 내년 상반기에 가동한다. 2023년 3월 국내 최초의 환자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윤동섭 연세대 의료부총장 겸 연세의료원장은 “중입자 치료 대상 환자가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올해 10월 중순부터 준비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입자 치료는 가속기가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에너지빔을 쬐는 기기다. 기존 X선 방사선치료나 양성자 치료 대비 2~3배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지점인 암 부위에서만 에너지가 최대로 방출되고 사라지는 중입자의 특징인 '브래그피크'로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 중입자 치료 대상이 되지만 특히 그동안 치료가 어렵던,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연세의료원은 국내 최초, 세계적으로는 16번째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는 기관이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중입자 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폐암·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 희소암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샘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동일한 기기를 먼저 설치된 일본에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김용배 연세암병원 부원장은 “일본에서 위치상 수술이 불가능한 선양낭성암종 제거 수술이나 항암 등 다른 치료법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세의료원은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의 중입자 치료기를 준비하고 있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다. X선·양성자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 과정에 시간이 소요돼 치료기 3대에서 하루 50여명의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도입 초기에는 전립샘암이 가장 많이 치료되는 암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료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김 부원장은 “올해 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정형 방사선치료장비 데이터를 제출할 것”이라면서 “식약처 인허가 이후 치료비와 수가 수준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