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 근로자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사무실에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율이 감소세에 접어든 데다 현지의 주요 기업들이 속속 직원을 복귀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건물 보안관리 업체 캐슬 시스템을 인용, 지난 8~14일 미국 10대 대도시권 평균 사무실 점유율이 47.5%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캐슬은 사무실별 보안 출입증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단순 계산으로 근로자 2명 가운데 1명이 회사 사무실로 출근한 셈이다. 캐슬에 따르면 해당 기간 화요일·수요일 사무실 점유율은 55%까지 올라갔다.
WSJ는 미국 근로자가 이달 초 노동절 연휴 이후 빠르게 사무실에 복귀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롱아일랜드에서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통근열차 롱아일랜드레일로드(LIRR) 이용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20만명 이상을 회복했다. 또 다른 통근 노선인 메트로노스레일로드(MNR) 이용자도 같은 날 17만4900명으로 팬데믹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WSJ는 근로자 대부분이 사무실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에 따라 직장에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라슨 센트럴휴스턴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기업은 사무실 의무 출근일을 이틀에서 사흘로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사무실 근무를 요구하는 기업과 재택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 간 신경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업은 지난해부터 직원의 직장 복귀를 추진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등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한 것은 물론 사무실 출근에 반발해 퇴사 직원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지면서 복귀 시점을 미뤘다. 실제로 애플 직원들은 온라인에서 회사의 주 사흘 출근 의무화 방침에 항의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노동절 이전 18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 기업의 근무행태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닷새 사무실에 출근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택한 이들 가운데 30% 이상은 굳이 회사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