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올 초부터 이어진 가격 인상으로 상쇄할 수 있어서다. 업소용 식용유나 마요네스, 부침가루 등 소비자 가격 민감도가 떨어지는 소스류부터 업계 1위 품목인 케찹과 냉동피자까지 가격을 올렸다. 다음 달 가격을 올리는 라면을 포함하면 올해만 7차례 이상 연쇄적으로 가격을 인상을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올해 2월 컵누들 가격 14.3% 인상을 시작으로 5월 냉동피자 가격을 13% 올렸다. 이어 6월 딸기잼과 황도, 백도 등 소스와 통조림 가격은 15~22% 인상됐고 같은 달 업소용 식용유와 소면, 중면, 마요네스, 물엿 등 품목은 11~17% 올랐다.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을 지속됐다. 수입소스류가 8% 인상된 데 이어 부침·튀김 가루 등 20여개 품목이 평균 10% 올랐다.
오뚜기가 다품목에 걸쳐 판가 관리에 나서면서 하반기에도 견고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는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1조5317억원, 1067억원을 거뒀다. 이는 작년 동기 보다 14.3%, 23.5% 증가한 수치다. 반면 경쟁사인 농심은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4925억원과 영업이익 3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6.4%(2101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4%(70억원) 감소했다.
원부재료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2분기 실적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오뚜기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7893억원, 영업이익은 31.8% 증가한 477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의 경우 지난 2분기 별도(국내 사업) 기준 3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농심이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8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오뚜기는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약 25%를 차지하는 2위 사업자로 라면 매출 비중은 상반기 기준 25.5%를 차지한다. 이 외 유지류(18.1%), 양념소스류(14.2%), 농수산가공품류(12.3%), 건조식품류(12.2%), 기타(17.6%) 등 품목으로 분산돼 있다. 라면 제조 원가 부담은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 저항이나 민감도가 높은 라면 가격 인상을 하반기로 늦춘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소맥분, 전분) 납품 가격이 대부분 인상됐고 올해 상반기에만 소맥분 구매단가는 45% 이상, 팜유는 50% 이상 올랐다”면서 “오뚜기의 경우 라면 이외 품목 가격을 대부분 상반기에 올려 실적에 반영된 만큼 하반기에도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