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비대면진료를 포함한 일체의 비접촉 의료행위를 말한다. 원격진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네트워크, 보안 등 여러 분야 기술이 서로 융합되어야 한다. 즉 원격진료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술과 산업이 뭉쳐 만들어진 서비스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국내 원격의료 논의는 코로나19 이후 '한시적 허용'을 틈타 확산한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을 중심으로 공론화 됐다. 이들 플랫폼은 의사와 환자를 영상으로 연결해 진료와 처방이 가능하도록 중개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원격의료의 본질을 손쉬운 형태로 구현했다.
비대면진료 경험이 늘며 원격의료 제도화는 정해진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간에서는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의료 상담이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가벼운 진료에 필요한 환자의 맥박, 체온, 심전도 등을 원격으로 체크하는 기기는 이미 상용화 돼 있다. 홈케어 기기도 시중에 쏟아지고 있다. 플랫폼과 의료기기 발달에 따라 의사의 직접 처치가 필요 없는 가정의학과, 정신과, 내과 등 진료는 동네의원급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진료가 일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기업(B2B) 영역에서는 기업복지, 의료관광을 위주로 대형병원, 의료기업, 플랫폼이 참가하는 원격의료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올해 미국 내 25개 지역에서 180여개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원메디컬을 인수했다. 불발로 끝났지만 홈 헬스케어 업체 시그니파이헬스 인수에도 나섰다. 아마존은 내년부터 직원들에게 제공하던 비대면진료 서비스 '아마존케어'를 중단할 계획인데, 환자를 볼 수 있는 1차 의료기관을 더 확보한 후 사업을 고도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형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이 첨단 사내 병원 운영을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면진료는 물론 비대면진료까지 포괄하는 형태 서비스를 일부 가동하고 있다. 제도화가 진행되고 사업 물꼬가 트이면 다른 기업이나 영역으로 의료 서비스를 넓힐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소방청 등 일부 공공기관은 대형병원들과 직원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를 골자로 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대형병원은 이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에 비대면진료를 적극 도입 중이다. 원격의료가 사회적으로 안착하면 플랫폼 기업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B2B 의료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은 의료 데이터까지 다룰 수 있어 비대면 진료는 물론 의료 서비스 진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