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문어발식' 확장과 다른 카카오의 계열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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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어발식 경영을 지적받으며 30여개 계열사를 정리했지만 전체 계열사 수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핵심 계열사의 매각이 무산된 데 이어 해외 사업을 확장하면서 소규모 기업이 지속 편입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8월 기준 국내 계열사가 13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136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는 매달 3~4곳을 정리하며 대대적인 계열사 정리 작업에 나섰으나 오히려 올해 2월 138개로 더 늘었으며, 8월에 134개사로 소폭 축소됐다. 이보다 앞서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이먼트센터(CAC)장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핵심 사업에서 벗어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 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계열사를 계속 정리하겠다”며 올해 안에 계열사를 100여개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말까지 추가 계열사 편입 없이 30개 이상을 정리해야 가능하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 없이 몸무게만 빼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정리된 계열사 자리에 대부분 글로벌 지식재산권(IP)·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기업으로 메웠다. 음원·영상 관련 8개사, 웹툰·웹소설 등 출판 관련 5개사, 게임 관련 5개사 등 소규모 기업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가됐다. 최근에는 서울시 민간투자사업으로 아레나 형태 음악 전문 공연장 건립을 위해 서울아레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빅딜'을 통한 대대적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계열사 축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매각 등도 추진했지만 CAC의 반대로 철회했다. 향후 주요 계열사의 매각 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계열사 수 자체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새로 추가된 계열사를 기존 계열사에 흡수해서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너무 오래된 '대기업식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기업들처럼 트리를 기반으로 한 계열사에 수십개 기업을 주렁주렁 매달아서 계열사 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 모델이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 “계열사 간 흡수 합병을 했을 때 서비스 간 시너지가 얼마나 나는지, 전체적 기업 운영 방식에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을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매입을 추진해 왔다. 빅딜이 성사됐다면 카카오는 단번에 계열사가 50여개 추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는 계열사가 대규모 확대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추가적 인수 및 투자는 나서지 말아야 하는 입장이다. 카카오 측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으로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선 전략적 투자나 인수가 필요하다”면서 “소규모 계열사가 늘면서 전체 계열사의 순감소 수는 적은 상황이지만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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