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악화일로 상태에 있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1966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5개월 연속 이어졌다. 5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누적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247억30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달에도 10일까지 무역수지가 25억달러 적자로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 갈 가능성이 짙어졌다.
무역적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원자재 수입액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액은 6개월 동안 지속해서 600억달러를 넘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이 185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8월 수입액 96억6000만달러를 약 89억달러(91.8%) 상회했다. 2012년에도 고유가로 말미암아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했는데 지금은 가스와 석탄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면서 에너지 수입액 부담이 확대됐다.
에너지 수입액 급증으로 말미암은 무역적자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도 올해 무역적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은 12개월 연속 적자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 수출을 지탱하던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각각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마저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3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달 수출액은 역대 8월 중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좋았음에도 위험을 내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등 앞으로의 대외 상황도 좋지 않다.
이번 무역적자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수출 감소세를 품목·지역 다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 반도체 외 자동차, 이차전지, 석유제품 등 품목의 수출 증가세는 여전히 견고하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와중에 대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점도 되짚어 봐야 한다.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라는 분석도 곰곰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1996년에는 수출 규모가 1297억달러로 2021년 수출 6445억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는 수출이 7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올해 무역적자가 1996년 무역적자(206억달러) 수준의 파급력을 보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