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동 대표의 메타버스 제대로 타기]<7>동굴벽화와 라이프로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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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록의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도 인간은 그림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기록했다. 3년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벽화가 약 4만5000여년 전의 인류가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하니 실로 인간이 얼마나 자신들의 일상 기록을 중요하게 여겨 왔는지 알 수 있다. 시대에 따라 가록하는 도구와 형태가 계속 변해 왔지만 우리는 늘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미국의 ASF가 제시한 네 가지 메타버스 범주 가운데 오늘은 라이프로깅(Lifelogging)에 대해 다뤄 보려고 한다. 라이프로깅은 인생이란 뜻의 라이프와 로그의 합성어다. 로그는 여러가지 뜻을 나타내는 단어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사용자가 남기는 흔적을 일컫는 말이다. 다시 말해 라이프로깅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그가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념은 1945년 미국 국가과학기술연구소 소장인 버니바 부시(Vannevar Bush)가 애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에 기고한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As we may think)라는 기고문에서 처음 제시됐다고 한다. 그는 이마에 부착하는 호두알 크기의 장치 안에 카메라와 소형 녹음기를 포함하고 있어 개인이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기록하는 개인 기록장치를 처음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개인의 기억을 확장할 수 있는 가상의 원시 컴퓨터 시스템인 메멕스(Memex; Memory Extender)를 소개했다. 이 개념은 기술 발달과 함께 조금씩 현실화돼 왔고, 오히려 더 발전돼 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굳이 펜과 종이가 없어도, 직접 키보드를 두드리지 않고서도 자신의 일상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저장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휴대폰 하나만 들고 다녔을 뿐인데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잠을 잤는지, 얼마나 걸었는지,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를 모두 기록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안드로이드 폰을 쓰는 사람이라면 폰에서 구글지도의 타임라인을 한번 눌러 보면 등골이 오싹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어디를 다녔는지, 10년 전에 내가 간 나라의 조그마한 식당 이름까지 발견할 수 있다. 또 그날 내가 그 식당에서 얼마나 머물렀는지조차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라이프로깅 서비스는 SNS다. SNS에서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흔적을 남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틱톡에서 글이나 사진 또는 영상을 올리고, 그것을 공유하고 반응을 받고 반응을 남기고 태그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처럼 SNS의 라이프로깅 요소는 수없이 많지만 우리가 그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그것이 메타버스인지를 알지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가 등장하면서 더 다양하고 자세한 라이프로깅이 가능해지고 있다. 우리가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수면의 질은 어떤지 심장은 제대로 뛰고 있는지, 심지어 혈압과 체지방량까지 측정하고 기록한다.

이러한 기술 발달로 우리는 정말 손쉽게 우리 인생을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소통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훨씬 커지고 위험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어릴 때 노트에 쓴 비밀스러운 일기는 가족들의 훔쳐 보기 정도가 감당해야 할 가장 큰 위험이었지만 현재 기록되고 저장되는 엄청나게 사적이고 방대한 개인 정보들은 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이것이 유출되는 경우 정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위험을 불러오기도 한다. 실제로 빈번하게 그렇게 노출된 정보들을 악용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전해 듣게 된다.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욕망과 그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하고만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의 발달이 더욱 자유롭고 적극적인 메타버스 라이프를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김창동 루씨드드림 대표 cdkim@LDfac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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