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달러가 투입되는 달 탐사선에서 우주 비행사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내일 마네킹을 실은 ‘아르테미스 1호’가 발사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2024년부터 다시 인류를 달로 보낼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화성 여행을 위한 첫걸음을 떼게 된다.
반세기만에 재개되는 달 탐사 계획인 만큼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갔다. 1호 로켓에만 해도 예산 전망치의 2배를 넘어서는 200억 달러가 투입됐다. 여기에 아르테미스 계획은 2025년까지 개발 비용으로 930억 달러가 들 것으로 보이며, 하드웨어 발사에만 회당 41억 달러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한 부분 단연 로켓과 유인 캡슐이다. 미국 플래니터리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2011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초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에는 238억 달러가, 2006년부터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한 유인 캡슐(우주선) ‘오리온’에는 204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갔다.
아폴로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탐사선 외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용되는 초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은 아폴로 프로젝트에 사용된 ‘새턴-V’보다 10m 작다. 그러나 성능은 훨씬 강력하다. 새턴-V가 3400t 정도의 추진력을 갖고 있는 반면, SLS는 4000t의 추진력을 가졌다. 우리나라의 첫번째 달 궤도선 ‘다누리호’를 쏘아 올린 미국 스페이스X ‘팰컨9’의 추진력이 700t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 수 있다.
특히 단순 궤도선이 아닌 ‘인간’을 달로 보내는 것이 목표인 만큼 승무원이 탑승하는 공간이 중요하다. 오리온은 다른 우주선에 도킹하지 않고도 최대 21일 동안 우주비행사 4명의 생활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내부 공간은 이전보다 1.5배 이상 넓어졌다. 1969년 아폴로 임무에서는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등 3명을 태울 수 있었다면, 2024년에는 한 번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울 수 있다. 다양한 신체 크기와 모양을 반영해 99%가 탑승할 수 있다.
화장실도 최첨단으로 설계됐다. 2020년 나사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할 우주 화장실 ‘UWMS’를 발표했는데, 이 화장실이 아르테미스 임무에도 사용된다. 공중화장실 같은 칸막이 뒤에 변기가 설치돼 있다.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우주 화장실은 신체에서 공기 흐름을 사용해 소변과 대변을 진공청소기처럼 끌어당긴다. 여기서 소변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땀과 함께 여과돼 재사용된다. 우주선 내에 있는 90%의 액체가 재활용되는 것. 나사의 우주비행사 제시카 메이어는 “소변에 관한한, 오늘의 커피는 내일의 커피다”라고 말했다.
우주비행사는 총 67개의 스위치와 3개의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오리온을 제어한다. 우주왕복선이 1200개 이상의 스위치와 10개의 디스플레이 화면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훨씬 간소하다. 이는 오리온이 보다 적은 수의 소프트웨어(SW)로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방사선 사물함’(radiation lockers)라는 공간은 우주비행사를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해줄 방공호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면 ISS(지구 350km 고도) 내부 방사능의 3배에 노출된다. 특히 태양 플레어 같은 에너지 방출 현상이 일어난다는 경고를 받으면 승무원들은 방사선 사물함 안에 숨어야 한다. 안에 든 물품으로는 주변에 ‘베개 요새’를 만들어야 한다. 한 칸에는 두 명이 숨을 수 있다.
이 외에 오리온에는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창문 차양과 무중력 환경에서도 떠다니지 않도록 몸을 묶어줄 침낭, 에어로빅과 근력 훈련을 할 수 있는 내장 운동 기구 등이 있다.
한편, 엔진 결함으로 연기된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Artemis)의 첫번째 로켓 발사는 한국 시각으로 내일(4일) 오전 3시 17분께 다시 진행된다. ‘아르테미스 1호’에는 인간 대신 마네킹 3개가 앉혀진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