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K-배터리 '주마가편'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해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혼다가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IRA 시행으로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에 이어 혼다와 손을 잡았다. 세계자동차 업체 상위 10개사 가운데 8개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GM, 스텔란티스, 혼다의 북미 수요에 대응해 합작공장 투자가 늘어날 공산도 크다. 회사는 북미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계기도 마련했다.

혼다는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2030년 글로벌 전기차 200만대 판매를 위해 48조원을 투자한다. 전기차 30개 모델을 출시하고 연간 200만대 이상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미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선택했다.

합작은 한국 배터리 기업, 일본 완성차 업체의 첫 협력 사례로서 양국 기업 간 협력에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기업은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고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HEV)로 경쟁하는 특수 시장이다. 전기차 배터리로는 일본 토종 브랜드가 월등하고, 원하는 성능의 배터리를 직접 만들어 쓰겠다는 계획까지 공언해 온 터다. 혼다·토요타·닛산이 전기차 배터리, HEV 배터리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내밀었다. 한국이 일본보다 기술이나 생산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경험, 배터리 사업장 운영 노하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의 합작사 설립 등 전기차 분야에선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미베 도시히로 대표는 “혼다는 2050년에 모든 제품과 기업 활동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이라면서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글로벌 배터리 선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서 미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첨단 산업에서 한국을 동반자이자 경쟁자로 삼고 있다. 반도체 다음 타깃은 배터리다. 배터리 공급망도 미국 중심으로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등 동반자이면서도 경쟁자인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철저하게 살아남고 실익을 추구해야 한다.

가장 큰 무기는 기술력이다. 한발 앞선 전기차 배터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시급하다. 과감한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일본 등 해외 자동차 업체와의 협업에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일본이 자국 기업 대신 한국을 선택했다고 해서 마냥 자축에 젖어선 안 된다. 주마가편이 필요한 시기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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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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