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와 충북 오송이 국내 대표 바이오클러스터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다. 10여년 전부터 바이오산업 집적단지를 만들어 온 송도와 오송은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국내에 건설하기로 한 바이오 메가플랜트를 놓고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송도는 글로벌 기업 유치와 인천공항 등 투자와 물류 부문에서, 오송은 허가기관과 밀접하고 연구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각각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송도와 오송, 1인자 경쟁
올 상반기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에 6만㎡, 부지에 10만ℓ급 생산능력을 갖춘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6월 “인천 송도나 충북 오송 등에 메가플랜트(대형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가플랜트 후보지로 송도와 오송을 콕 찝은 것이다.
송도와 오송은 이미 글로벌 체급 제약·바이오기업과 생산시설이 다수 입주해 있다. 송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본사와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송도에 2024년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오송 역시 LG화학, CJ헬스케어 등 대기업을 필두로 대웅제약, 종근당바이오 등 국내 주요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공장들이 주변에 밀집해 있다.
오송이 가진 바이오클러스터로서 가장 큰 장점은 규제·허가·진흥기관과 가깝다는 것이다. 의료행정타운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보건의료연구원, 보건산업연구원이 몰려 있다. 도시 자체가 신약후보물질 발굴과 연구부터 임상, 생산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이른바 '토털케어'가 가능한 셈이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보낸 서한을 통해 “오송은 우리 바이오산업의 태동지이자 중심지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보건복지 국책기관과 산·학·연·관이 집적된 최고의 바이오클러스터로 성장 중”이라면서 “여기에 카이스트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 조성,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통해 K-바이오산업의 퍼스트무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장이 용이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충청북도는 오송을 비롯해 주변 오창, 청주로 바이오클러스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부지 확보를 위해 바다를 메워야 하는 송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송도는 인천국제공항이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대기업 CMO(위탁생산)·CDMO(위탁개발생산) 산업이 이미 무르익었다. 이들 기업을 고객으로 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 관련 원부자재 산업도 같이 성장한다는 것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바이오 원부자재 업계 관계자는 “특히 세포배양 배지의 경우 해외수입분은 냉장이 가능한 전용기를 통해 들여오는 등 유통이 매우 까다롭다”면서 “대기업 바이오 생산기지가 밀집한 송도를 중심으로 국내 원부자재 생태계가 조성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CDMO 공장은 바로 인근에서 원부자재 수급이 가능하던지 아니면 국제 공항이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전문인력을 구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롯데의 선택은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천과 충북이 담당한 국내 바이오 제품 생산규모(매출 기준, 국내 판매·수출)는 전체 31.9%를 차지했다. 생산기지와 기업이 파편화되어 있는 경기도를 제외하면 집적단지로는 각각 1위(인천 20.2%), 2위(충북 11.7%)를 차지한 것이다. 각 지역 장·단점과 향후 발전계획을 감안하면 어느 곳이 낫다고 함부로 단정하기 힘들다.
다만, 현재로서는 대기업 생산기지 입주 조건은 송도가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송도 한 곳만 무한확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지방자치단체 역량과 의지에 따라 기업이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송도를 실사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송도와 오송 두 곳 모두에 공장을 짓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CDMO 산업이 밀집한 송도를 우선 검토한다고 해도 현재 바로 활용이 가능한 땅이 제한적이라 공장을 증설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송도 1공장' '오송 2공장'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 상황과 지자체 협력 등을 고려해 경기도(이천, 용인)와 충북(청주)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나누어 구축하듯 바이오 산업도 지역별로 거점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송도와 오송 둘 다 후보지로 검토 중”이러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송도와 오송 모두 특색 있는 바이오클러스터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 CDMO 수주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고 국가 산업육성 의지, 지자체 기업유치 경쟁도 충분하다”면서 “오송과 송도는 각각 특징이 분명하고 기업과 인재가 밀집한 수도권에 인접해 바이오 의약품 클러스터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송도·오송 바이오클러스터 비교>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바이오협회)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