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디지털 산소'(Digital Oxygen) 통신 네트워크

Photo Image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부터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미디어·금융·유통·엔터테인먼트까지 통신 네트워크는 디지털 사회 기본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역할 면에서 통신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일상의 필수재(必須財)로 자리매김한 통신 네트워크를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인 산소에 비유해서 '디지털 산소'(Digital Oxygen)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만약 인간 생존에 필수인 대기 중 산소를 특정 층이 과다하게 소비해서 일반 국민에게 공급되어야 할 산소가 부족해진다면? 아마 상상조차도 안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디지털 세상'에서는 발생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트래픽(KT 기준)의 약 55%를 넷플릭스, 구글 등 특정 거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점유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 고객에 제공할 네트워크 자원이 글로벌 CP에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CP가 공정한 네트워크 이용 대가를 부담한다면 해당 대가가 네트워크 투자로 이어져서 네트워크 품질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특히 특정 글로벌 CP가 '오징어 게임'과 같은 인기 드라마나 영화를 출시하게 되면 출시 당일 다수의 이용자가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네트워크 트래픽이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일반 고객의 네트워크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국내에서 글로벌 CP의 네트워크 이용 대가 부과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 조속하게 진행돼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Photo Image

앞에서 언급한 '선순환 구조'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바로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다. '디지털 산소'로 표현되는 통신 네트워크에 장애가 발생한다면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일상의 '블랙아웃'(Black Out)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비슷한 사례가 실제 발생했다. 지난 7월 일본의 K사와 캐나다의 R사에서 통신장애가 일어나 일상의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개인 통화는 물론 물류·금융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서비스가 중단됐고, 이로 말미암아 고객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큰 혼란이 야기됐다. 정부도 통신 네트워크의 안정성 확보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8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해 통신사와 군·경 및 소방서가 참여하는 '2022 을지훈련 통신서비스 긴급복구 관련 유관기관 합동 모의 훈련'을 시행했다.

이번 훈련은 KT 구로국사가 피폭돼 통신시설이 파손된 상황을 가정해서 진행됐으며, 우회통신경로와 재난 로밍망 가동 등 유관기관의 긴급 복구 체계를 점검했다. 특히 KT는 무선 서비스 불가 지역에 전기차를 활용한 폴대형 이동기지국 설치, 광케이블 피해 지역에 5세대(5G) 이동통신 긴급복구 툴을 활용한 인터넷·TV 서비스 복구, 유선 인터넷 장애 시 소상공인을 위한 스마트폰-USB 테더링 결제 서비스 제공 등 장애 대비 긴급복구 솔루션을 개발·시연해서 호평을 받았다.

정부의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 계획에 맞춰 KT도 기본을 바로세운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자세로 유무선 제3센터 구축, 작업관리 시스템 고도화, 비정상 라우팅 자동 검출 기능개발 등 네트워크 안정성 강화를 위해 총 30개 과제를 선정하고 대규모 재원을 투입함으로써 2023년까지 이를 완료할 계획이다.

다가올 미래에는 통신 네트워크가 우리 생활과 더욱 밀접하게 결합될 것이다. 금융·교통·교육·유통·엔터테인먼트 등 우리의 모든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디지털 산소로서의 통신 네트워크는 지금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통신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네트워크 안정성은 지속적으로 보강되고 강화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5G' '디지털 미래를 위한 그린 네트워크 기술' 등 네 차례 기고를 통해 통신이 우리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진화해 가야 할 것인지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기술했다. 앞선 기고에서 강조했듯이 앞으로 통신 네트워크는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프라로 위치하게 될 것이다.

KT는 안정적인 통신 네트워크 기반 위에 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연동하고 이를 통해 고객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 나갈 것이다.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필자>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 28년 동안 유무선 네트워크에서 경력을 쌓은 통신 전문가다. 서 부문장은 KT에서 네트워크기술본부장과 네트워크전략본부장 등 기술 및 인프라 전략 분야를 섭력했다. KT의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네트워크 부문장에 임명돼 안정적인 네트워크 운용을 통해 더욱 신뢰받는 통신서비스 제공은 물론 디지털혁신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책임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