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한중 경제장관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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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한·중 경제장관회의가 2년 만에 열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이달 27일 화상으로 마주 앉아 한국과 중국 간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메시지를 주고받고 연이어 경제장관회의도 열리면서 한·중 관계가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의 상황은 복잡하다. 중국을 밀어내기엔 주요 수출 및 수입국이라는 위치로 말미암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고,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기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목에 걸린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대(對)중국 관계는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었다. 조금만 삐끗해도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는 점은 박근혜 정부 때 사드(THAAD) 사태로 체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나치게 중국에 굽히고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의 거리 두기를 택한 것처럼 보였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다”고 발언하면서다. 이를 두고 산업계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중 경제장관회의는 새 정부를 보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한·중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의의가 있다. 국제적으로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중국이 한국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회의에서는 양국의 경제 협력 방안을 담은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가 한·중 간에 작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국장급 협의체를 꾸려서 공급망 관련 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상반기 특정국 의존 품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00만달러 이상 수입품 가운데 특정 국가에 수입액의 75% 이상을 의존하는 품목은 636개로 집계됐다. 국가별 의존 품목 수는 중국이 351개로 압도적이다.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절대 의존 품목은 339개이며, 이 가운데 178개가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염은 97%가 중국에서 수입했고,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산화코발트도 89%가 중국에서 들여왔다.

2년 만에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다. 한한령 해제를 위한 콘텐츠 분야 논의는 이제 시작했고,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등도 산적해 있다. 기재부도 이번 한·중 장관회의는 양국의 실질적인 경제 협력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장관회의에 이어 통상장관회의, 과학기술공동위 등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기업 활동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을 대하는 최선의 자세가 아닐까.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