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전장보다 54.12P 하락
기관·외국인 6000억 물량 매도
정부·금융당국 긴급 점검회의
"악화된 대외 여건 충분히 대응"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자 국내 증시·외환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자금 유출 리스크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54.14포인트(2.18%) 하락한 2426.89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350.8원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9.1원 오른 1,3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은 6000억원어치 물량을 내던졌고, 이를 대부분 개인이 사들였다. 환율도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2원 오른 1342.5원에 개장한 뒤 장중 한때 1350.8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이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을 통해 애초 시장 전망보다 매파적 행보를 보일 것임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잭슨홀 회의는 세계 중앙은행 인사 및 경제학자들이 세계경제 금융정책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이다. 지난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주최로 열린 경제정책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은 8분 동안의 짧은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가겠다”고 발언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기획재정부 내 금융·외환·채권 담당부서와 국제금융센터가 참여하는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최근 우리 금융시장이 미국 등 주요국의 금융시장과 동조화가 심화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 상황에 주의 깊은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1차관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외환·채권시장 반응에 유의하는 한편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도 이복현 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고물가와 통화긴축 기조 지속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높은 수준의 외화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고, 상대적으로 견실한 성장률 등 기초 여건이 견조한 데다 과거 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금융산업의 체질 개선을 지속 추진한 결과 자산건전성·외환유동성 등이 크게 개선된 점 등을 감안하면 악화한 대외 여건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은 4386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다만 이 원장은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더욱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국채 등을 활용해 민간 차원에서 외화 조달이 더 용이하도록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감원은 관련 거래를 하려는 금융사에 대해 비조치의견서를 즉시 발급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조사팀을 이번 주 안에 신설·가동해서 불법공매도를 신속하게 조사하고, 불법·불공정 행위를 엄정 처벌하는 한편 금리상승기에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은행의 자율적인 금리경쟁을 유도하겠다”며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을 이용한 불법 행위는 엄벌한다고 밝혔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