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폐패널, 내년 생산자책임제도(EPR) 적용…재활용 VS 재사용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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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태백시 한 야적장에 쌓여있는 태양광 폐패널

내년부터 전기·전자제품으로 분류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적용되는 태양광 패널 회수·재활용 사업을 둘러싸고 '재활용' 업계와 '재사용' 확대를 주장하는 제조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EPR는 포장재, 전기·전자제품 등을 대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사·수입사에 출고·판매된 제품이 폐기물이 되면 스스로 회수해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재활용 의무가 있는 제조·수입업자나 공제조합은 제품을 적정하게 회수하고 재활용해 EPR 실적을 인정받아야 한다.

EPR는 현재 냉장고, 텔레비전, 컴퓨터, 세탁기 등 49개 품목을 대상으로 실행 중이며, 태양광 패널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태양광 패널 생산자는 재활용 분담금을 관련 공제조합에 내고 공제조합은 태양광 폐패널을 일괄 수거해 재활용 업체에 제공하게 된다. 태양광 폐패널 재활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제조사·수입사는 1㎏당 727원의 부과금을 내야 한다.

태양광 제조사 단체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법 시행을 약 6개월 앞두고 환경부에 '태양광패널 재활용사업공제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태양광 패널은 20~25년 수명이 지나도 효율이 떨어질 뿐 계속 쓸 수 있어 사용 가능한 폐모듈을 선별하는 '재사용'을 EPR 실적으로 인정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병행하자는 입장이다. 홍성민 협회장은 모듈기업, 판매사 대표와 함께 지난 17일 김영진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를 만나 폐모듈 재활용·재사용을 위한 공제조합 설립 지원을 요청했다.

협회 관계자는 “폐모듈 유통·회수 시 기존 모듈 기업의 물류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우수한 모듈 성능 측정·인증으로 폐모듈 재사용률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에 재활용 업계는 전자제품은 재사용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최종 폐기해야 하는 품목으로 마지막 단계 '재활용' 행위만을 EPR 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에 따라 기존 49개 EPR 전기·전자제품군처럼 철, 구리, 플라스틱 소재별로 해체·선별·파쇄 등 중간처리 과정을 거쳐 재활용돼야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다. 재사용과 재활용과 투입되는 설비와 기술 자체가 다르고 환경적 기여도 차이가 있는데, EPR 실적으로 인정해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환경을 위해 재사용을 늘려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다른 전기·전자제품처럼 중고거래 시장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했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재활용은 최종 단계에서 한 번뿐인데 재사용 과정에서 이중실적이 가능하고 국내 재사용 인증기준이 없어 제3국으로 수출될 수 있다”면서 “그 과정에서 생산자가 책임져야 할 재활용 의무행위가 면제되고 '재활용 시스템'이 미비한 개발도상국이 수입한 후 처리되지 못한 전자폐기물이 쌓여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태양광 폐패널 회수·인계·재활용 관련 '지역별 폐모듈 수거 체계' 등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 재활용사업공제조합을 연내 선정하고, 태양광 패널까지 포함한 EPR를 내년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