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이동통신이 글로벌 기술 패권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민·관이 협업,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G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2024~2030년 7년 동안 약 1조원을 들여 6G 핵심기술과 장비 및 부품 등을 개발, 상용화를 준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9월 예타 접수를 목표로 예타보고서 기획반을 운영하고 있다. 기획반에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와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가 참여하고 있다. 각 기업은 1개 총괄분과와 7개 기술분과에 참여, 예타 통과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예타 준비 이후에도 6G 성공을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예타는 단순 6G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상용화를 직접 준비하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2026년 초기 기술 시연 성공을 이루기 위한 성격도 있다. 초기 기술 시연과 상용화에 제조사는 장비를 공급해야 하고, 이통 3사는 이 장비로 6G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은 실수요자다.
정부 가이드와 함께 이통 3사와 장비·칩셋 제조사가 6G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구축 당사자가 될 사업자들이 전체 밑그림에 참여하고, 필요한 수요기술을 모아 꾸려 가야 한다. 초고대역·초고속으로 대표되는 ㎔ 대역이나 Tbps 속도만을 앞세워 꿈의 기술처럼 포장해서는 안 된다. 5G 28㎓ 대역이 초고대역, 초고속 등 지표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실제 상용화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진행한 6G 핵심기술 수요조사에 접수된 100여개 기술 기반으로 실제 핵심 기술을 선별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도심항공교통(UAM) 등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서비스 발굴 작업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 정부도 기업의 속도에 맞춰 연구개발 및 상용화 일정, 계획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5G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만이 절대 가치가 아님을 깨달았다. 6G 출발점을 앞당기고자 무조건 재촉하면 정작 6G 시대가 시작됐을 때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장비나 칩셋 품질도 충분히 끌어올리는 등 준비를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 품질이 저하되면 이통사는 그만큼 무리한 투자를 진행할 수밖에 없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고가의 요금제를 내놓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소비자·국민의 불만으로 이어짐을 기억해야 한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