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매장이 즐비한 압구정역 인근, 내부가 훤히 보이는 요거트 전문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신용카드를 인식하자 매장 문이 열렸다. 내부로 들어서자 직원 대신 상품 소개 영상이 나오는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DID)가 고객을 맞이한다. 전자가격표시기(ESL)가 부착된 진열대에서 상품을 담아 계산대에 올리자 물건을 자동으로 인식해 빠르게 결제할 수 있었다.
11일 오전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그릭데이 고' 매장을 찾았다. 식품 바이오테크 기업 스위트바이오가 만든 무인매장이다. 외식업계 최초로 적용한 전자태그 셀프계산(RFID SCO) 기술을 비롯해 최신 리테일테크를 모두 모았다.
RFID SCO 기술은 반도체 칩이 내장된 태그·라벨 등에 저장된 데이터를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읽어내는 기술이다. 상품이 담긴 바구니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바코드 정보를 비접촉으로 인식해 빠른 결제가 가능하다. 스위트바이오가 협력사 유성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기술이다. 최근 나이키·에잇세컨즈 등이 패션 매장들이 도입한 RFID 계산대와 비교해도 우수한 성능을 갖췄다.
매장 전면을 넓게 구성한 것은 기존 무인매장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고세형 스위트바이오 프로젝트 총괄팀장은 “기존 무인매장은 가게 전면이 좁아 고객이 심리적으로 입장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가게 전면을 넓히는 한편 친근함을 높이기 위해 DID 콘텐츠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릭데이 고 압구정점은 오후 7시부터 오전 11시까지 16시간만 무인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향후 운영 성과에 따라 상품 구성·배치 등을 조정한 후 오는 11월부터 모듈화된 매장으로 정식 오픈할 계획이다.
스위트바이오는 연말까지 무인매장 2곳을 추가로 출점할 예정이다. 오피스 상권과 주거지역 상권에 각각 오픈해 운영 성과를 분석한 후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기존에 운영 중인 10개 '그릭데이' 매장도 일부 무인화를 검토하고 있다. 세종시에 상품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도 지을 예정이다.
최신 리테일테크를 접목하는 노력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9월에는 무인 도난 방지 센서기를 도입하고 진열대마다 각 상품 소개 영상을 담은 디스플레이를 추가한다. 오는 2024년 물건을 들고 나오기만 해도 결제가 되는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고세형 팀장은 “그릭데이 고는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가맹점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무인 매장 가맹점의 성공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