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전기차, 정말 불이 잘 날까

우리나라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올 상반기 3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1년 새 12만5000대 이상 늘었다. 전기차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화재 등 안전성에 대한 두려움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보급 확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전기차 화재 소식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소비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제주 서귀포시 한 주택 앞에서 밤새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전기차가 고속도로 요금소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는 사고로 차량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충전소에서 충전을 마치고 주차해둔 전기차가 폭발하거나, 도로를 달리던 전기차에서 불이나 차량이 전소된 사례도 있다.

전기차는 정말 불이 잘 날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주행 시 높은 열이 발생하는 모든 자동차는 화재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일반 내연기관차도 예상보다 불이 자주 난다. 지금처럼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 자동차 화재는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다만 전기차에 대한 화재 사례가 적어 아직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객관적 수치로 입증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전기차 화재에 공포감을 갖는 이유는 따로 있다. 불이 나면 짧은 시간 내 고온으로 치솟는 '열폭주' 현상 때문이다. 열폭주는 배터리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순식간에 온도가 800∼1000℃ 이상 올라 팽창하면서 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화재 초기 소화기만으로 진압이 가능한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안전을 위해 이중삼중으로 둘러싼 차체 하부 배터리에 불이 나면 진압이 쉽지 않다. 소방 전문가들은 열폭주 가능성이 있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불을 끄기 어려워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려면 배터리 자체 품질을 높여 화재 발화 요인을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기술 수준으로 사고로 인한 열폭주 현상을 100%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전기차 전문가는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열폭주와 같은 비정상 조건에서의 시험 평가와 안전기술 연구개발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터리 이상을 감지하고 경고하며 열폭주 전 지연 성능을 갖추는 등 안전을 위한 법적 의무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논란이 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이나 후속 조치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정확한 사고 조사와 정보 공개로 소비자 신뢰를 높여야 한다. 제조사와 관련 정부 기관이 화재 사고 사례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과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평소 안전한 배터리 충전 방법과 화재 시 긴급 요령을 알리는 등 전기차 이용자를 위한 교육과 홍보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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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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