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거래법 시행령 입법예고
사외이사 지배 회사는 계열사서 제외

대기업집단 규제의 기준이 되는 친족의 범위가 혈족은 4촌, 인척은 3촌 이내로 축소된다. 총수(동일인)와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자녀가 있는 경우도 친족에 포함하기로 했다. 한국계 외국인도 총수로 지정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일부터 9월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거래법의 특수관계인 제도는 대기업집단 규제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획정하는 기준이다. 현행 시행령은 특수관계인에 포함되는 친족 범위를 혈족 6촌, 인척 4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6촌까지 친족으로 포함하는 것은 국민 인식에 비해 범위가 넓어 이들을 모두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대기업집단은 매년 총수의 특수관계인들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야하는데 고의가 아님에도 자료에 누락이 있는 경우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개정안은 친족 범위를 혈족은 4촌, 인척은 3촌까지로 축소한다. 다만 혈족 5~6촌, 인척 4촌이 총수의 지배력을 보조하고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친족 범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동일인의 회사 주식을 1% 이상 보유하거나 채무 보증, 자금 대차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가 포함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총수가 있는 60개 집단의 친족 수는 8938명에서 4515명으로 감소하는 반면 계열회사 수에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사외이사의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는 동일인 관련자에 임원이 포함돼 있어 사외이사를 영입할 때 그가 지배하는 회사도 기업집단에 자동 편입돼왔다. 이후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임원독립경영신청을 통해 사후적으로 계열에서 제외하고 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집단의 과도한 의무가 완화되고 규제 실효성과 형평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위는 기업 부담 완화에 중점을 두고 총수 친족 범위를 줄였지만 사실혼 배우자는 친족에 포함하도록 했다. 롯데그룹과 SM그룹의 사례처럼 사실혼 배우자가 계열회사 주요 주주로 동일인을 보조하는 경우가 있음에도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돼 있어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미 상법과 국세기본법 등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사실혼 배우자와 동일인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하는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만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현재는 동일인이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돼 신격호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는 친족으로 등재될 필요가 없다. 또한 김희영 T&C재단 이사장은 SK그룹의 공익법인을 운영하고 있어 동일인 관련자 범위에는 들어와 있으며, 친족 지위 부여 여부는 실무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에서 공정위는 외국인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통상 마찰을 우려해 추가 협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쿠팡의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김범석씨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시행령 개정에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 지정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