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반도체 사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수의 외신들은 투자전문가 의견을 전하며 삼성전자가 혁신 능력을 상실해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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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 기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최대 고객사인 퀄컴과 엔비디아가 대만 TSMC에 더 많은 일감을 배분했다는 것은 우려를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점유율이 하락했다. TV,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침체로 해석되지만 업계 1위 TSMC는 오히려 점유율이 늘었다는 대목은 뼈아프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앞으로 5년 동안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신규 고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위기지만 과감한 투자로 초격차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분야는 대규모 투자와 장기적 안목이 중요한 만큼 이를 책임지고 결정하는데 오너십이 요구된다. 과거 이건희 전대 회장의 반도체 투자 결정처럼 지금도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행하게도 오너십을 발휘할 이 부회장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도록 '경영 족쇄'가 채워진 상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으며,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따른 형기는 만료됐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취업제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에서 2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핵심 산업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패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미국과 네덜란드 방문에 나서는 등 대외 활동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힘을 실어 주려면 사면·복권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해 한시가 급하다. 직접 국내외 현장을 부지런히 뛰어다닐 수 있고, 국내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 미국이 반도체 동맹을 맺자고 요청하는 중차대한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수장을 취업제한으로 발목을 잡아 둘 수 없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인 역할론,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의 사면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을 정부에 수 차례 건의했다. 경제계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반도체가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족쇄를 풀어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도 이 부회장 사면에 긍정적이다. 온라인 포스팅 빅데이터 분석 결과 국민의 약 63%가 긍정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면 여론이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데다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는 물론 종교계까지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이들 취업제한에 묶인 경제인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이 경제인을 사면한 이유는 비슷했다. 바로 경제 살리기다. 기업인 사면이 우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심지어 경제인 사면·복권이 국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은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기업인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 부회장 사면·복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