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변호사의 금융IT 속 법률] P2P대출, 크라우드 펀딩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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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Peer to Peer) 컴퓨팅 또는 네트워크란 일반적으로 중앙집중형 클라이언트-서버구조와 달리 각각의 참여자/컴퓨터인 노드(nod)가 클라이언트와 서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분산형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쳐라고 설명된다. 예전에 mp3 음악파일을 공유하던 소리바다, 냅스터(Napster), 카자(KaZaa), eDonkey에서 최근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는 토렌트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즉,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구동하여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내 컴퓨터가 동시에 파일의 업로드와 다운로드 기능을 수행하게 되고, 같은 네트워크에 접속한 다양한 참여자의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자동적으로 끌어와서 다운로드를 받게 되며, 세대별로 조금씩 다르긴 하나 중앙집중형으로 이러한 작업을 처리하는 서버는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P2P 네트워크 기술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이 기술은 주로 mp3 파일의 공유부터 동영상 파일의 공유까지, 주로 기존의 컨텐츠 시장을 파괴하는 무단 공유 목적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이용되어 왔다. P2P 기술은 중립적이었으나, 참여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법률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나타난 이러한 기술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였던 것이다.

핀테크 바람과 함께 P2P 대출이 주목받고 있다. P2P 대출은 크라우드 펀딩, 즉 일반 공중의 투자자금을 모아 기존의 여신 체계 내에서 적절한 투자나 여신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금을 공여하는 서비스 모델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P2P 대출의 사업모델은 이상적으로는 하나의 플랫폼이 존재하고, 해당 플랫폼 내에서 투자자와 채무자의 정보비대칭을 해소하여 효율적으로 이들이 매칭되는 서비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는 투자자의 대부업 등록 문제, 플랫폼의 대부중개업 등록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있어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최근에 상용화된 서비스들은 주로 지방은행 또는 저축은행과 연계하거나 자회사를 대부업자로 등록하는 형태로 구성한다. 즉, 실제 대출은 이러한 금융회사나 대부업자가 실행하되, 개별 투자자로부터 들어오는 자금을 현금성 담보로 잡거나, 실행된 대출의 원리금수취권을 개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모델에 대하여는 플랫폼의 운영주체에 대한 대부중개업 문제, 여신관련 여러 기능의 업무위수탁 문제등 기존의 금융규제와 관련된 여러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핀테크 진흥의 정책적인 관점에서 규제완화를 외치는 시장의 목소리도 어느 정도 수용되어, 현재 위와 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출시되어 활용되고 있다.

위와 같은 P2P대출 서비스는 투자자에게는 은행 예금 이상의 고수익을, 채무자에게는 기존의 금융시스템 하에서의 조달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자금줄을 제공하여 미래 수익이나 발전가능성이 큰 스타트업 등에게 원활한 자금조달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금융정책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와 같은 사업구조는 실제 여신을 실행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금융회사가 아닌 최종 투자자에게 신용리스크가 이전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하면, 채무자의 부실이나 변제로 인한 원리금손실의 책임은 최종 투자자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심사기능과 프로세스를 가진 금융회사가 직접 분석하기 보다는 P2P 대출 플랫폼 사업자가 채무자의 신용 리스크를 판단하고, 중금리시장의 특성상 1금융권의 우량채무자보다는 신용리스크가 일반적으로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원금손실이 커질 수 있는 일이 많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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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인가? 이러한 리스크는 일반적으로 각 업체의 약관에 잘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이를 순순히 감수할 것인가? 과연 약관에 의한 원금손실의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투자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 플랫폼사업자는 자유로울 것인가? 아니면 대출을 실행한 금융회사는 법률적 책임 여하에 불구하고 분쟁 리스크와 여론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많은 투자상품의 사례에서 보듯이 감독당국에 정치적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지는 않을까?

이러한 우려와 관련하여 언론에도 자주 기사화되고 있는 미국의 렌딩클럽의 부실 대출 사고로 인한 좌초 문제, 그리고 중국에서의 P2P대출의 부실 문제도 우리나라의 현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 모든 리스크를 감안하여 규제와 통제장치를 사전적으로 갖추는 것이 현답(賢答)은 아닐 수 있다. 당장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을 도입하기는 어렵더라도, 이와 같은 리스크를 감내하고 어느 정도 새로운 사업모델이 구현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지금 당장은 답을 내기 어렵더라도, 이러한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이러한 리스크를 항상 스스로 직시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위와 같은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단순히 몇몇의 시장참여자의 손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싹이 자라나고 있는 핀테크 생태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모두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P2P대출이 P2P기술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여신금융과 투자의 혁신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준희 financeitlaw@gmail.com MSX컴퓨터로 BASIC을 배우고 PC를 조립해보던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10년 가까이 금융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전자금융과 금융정보보호, 핀테크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IT팀의 책임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다수의 IT/온라인서비스 회사와 혁신적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군에 대하여 법률자문과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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