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벤처 투자 냉각기에 대응해 국내 모태펀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모태펀드 출자를 늘려 민간 출자를 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벤처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벤처투자에서 개최한 '벤처투자 활성화 간담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됐다.
간담회는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위기로 벤처투자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벤처투자업계의 애로와 건의 사항을 청취하고 향후 벤처·창업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영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상반기 벤처투자액과 펀드결성액이 최초로 4조원을 돌파하는 쾌거는 그간 벤처·창업 생태계가 일군 고무적인 성과”라면서 “최근 세계적인 투자심리 위축으로 국내 벤처·창업 생태계의 지속 성장에 우려가 있는 상황이므로,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모태펀드 출자 지속과 확대를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았다.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을 비롯해 김창규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세연 유티씨인베스트먼트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등이 모태펀드 지속 출자와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세연 대표는 “모태펀드를 민간 주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연착륙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펀드 시장 상황을 봤을 때 모태펀드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단순히 민간으로 넘긴다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은강 대표도 “지금 위기와 불황이 닥쳤는데 과거 사례를 보면 중기부가 예산을 늘려 대응했다”면서 “모태펀드 예산이 한번 정해지면 늘리기 어려운 만큼 수렁이 얼마나 깊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최대한 많이 확보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지성배 협회장은 “모태펀드를 앵커로 해서 민간 매칭을 많이 했는데 최근엔 민간 매칭이 많이 어려워졌다”면서 “금리가 오르다 보니 채권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 협회장은 “모태펀드 1, 2차가 선정된 곳 가운데 결성 기한을 맞추지 못해서 탈락하는 곳도 나오는 상황에서 현재 비상 상황이라면 결성기한에 여유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펀드 자금을 관리하는 수탁기관이 벤처투자조합 수탁을 거부하거나 수탁하더라도 조합 운용사에 불리한 내용으로 수탁계약이 체결되는 시장 상황에 대한 애로사항도 제기됐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모태펀드와 관련해 정부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연착륙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서 최대한 모태펀드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책자금을 최대한 동원에 업계에 타격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글로벌 창업·벤처 생태계 구현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 민간 모펀드 조성 기반 구축 등 벤처투자업계 투자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