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을 죽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IT벤처, 유니콘 기업 육성 차원에서 이 상황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대면 진료 업체 닥터나우를 두고 한 말이다. 이날 신 의원은 “약 배송 같은 것들이 악용될까, 또 판을 깔아 주는 게 아닐까 고민”이라면서도 “정부도 눈치 보지 말고 (비대면 진료를) 과감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9개월이 지난 이달 중순 신 의원은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위법 사례를 인지했음에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으로 방치해 왔다”며 날을 세웠다. 신 의원은 이날 “감염병 심각 단계라고 무조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비대면 의료를 먼저 중단한 후 제도화 논의를 하자는 의협과 약사회 주장에 지원 사격을 한 셈이다.
신 의원은 주장의 근거로 플랫폼 업체의 약사법 위반을 들었다. 모두 9건으로, 지자체에서 행정처분과 고발이 이루어진 사안들이다. 신 의원에 따르면 2년 동안 약 360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루어지는 와중에 “심각한 상업·위법적 행위가 도를 넘은” 것이다. 강한 어조에 비해 이유가 좀 군색하다.
9개월 동안 국회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여야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공수가 교체됐으니 역할도 달라진 것일까. 신 의원은 비대면 진료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짚어야 할 부분은 짚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이런 행동이 비대면 진료 논의를 정쟁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권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소재로 사회 갈등을 조장하면 생산적 논의가 어렵고 자극적 주장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기로에 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잠잠해지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지 모른다. 약사회는 노골적으로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의협 역시 비대면 진료 종료 시점을 정부 지침에 적어 달라며 압박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멈춘 후 의약 단체가 정부와 제도화 논의에 나서도 이해관계가 달라서 풀이에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하다. 일단 서비스가 중단되면 언제 재개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팬데믹 시대 실효성을 확인한 비대면 진료를 다시 후퇴시키는 건 사회적으로 낭비다.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서로 공격하는 것보다 사회가 쌓아 온 비대면 진료 경험을 연착륙시키는 것이다. 보건복지위원회가 막 구성된 지금이 여야 협치를 보여 줄 좋은 기회다. 국회가 직접 나서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활성화 문제와 관련해 의약 업계를 한데 모으고 판을 깔아 주길 기대한다. 비대면 진료에 붙은 '한시적' 꼬리표를 떼는 것을 시작으로 시행 범위 등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 활성화는 여야 모두의 대선 공약이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