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기간 조건 없이 개설
1금융권서 가장 높은 금리
인터넷銀 인상 카드 검토
KDB산업은행이 '파킹통장'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자유입출금 통장 상품에 금액과 기간 조건 없이 연 금리 2.25%를 적용, 1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앞세웠다. 예상치 못한 전통 은행권의 반격에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금리 인상 카드를 신중하게 만지기 시작했다.
KDB산업은행은 'HI 비대면 입출금통장' 금리를 기존 연 1.85%에서 2.25%로 이달 인상했다. 영업점 방문 없이 스마트폰을 통한 계좌 개설이 가능,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신규 계좌가 늘기 시작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따라 입출금통장 금리를 인상했다”고 말했다.
파킹통장은 자동차를 잠시 주차하듯 목돈을 잠깐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일컫는다. 증권사 CMA 상품처럼 하루만 맡겨도 상당한 이자를 주기 때문이다. 통상 시중은행의 경우 자유입출금 예금에 0.1% 수준의 이자만 지급해 왔다. 이 때문에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시장을 노리고 기존 대비 약 20배 높은 이자를 주는 파킹통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해 출범한 토스뱅크가 단기간에 330만 계좌를 확보한 배경에도 연 2% 최고 수준 금리의 토스뱅크통장이 큰 역할을 했다.
다만 고액 자산가가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얻기 위해 거금을 맡기는 사례가 늘면서 토스뱅크의 부담도 늘어났다. 결국 올해 3월부터 무제한이던 2% 금리 적용 금액을 1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케이뱅크는 이를 노려 토스뱅크 대비 상위호환 상품을 내놨다. 자사 파킹통장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기존 대비 0.8%포인트(P) 인상하며 2.1%까지 끌어올렸고, 한도 금액 역시 3배 더 높은 3억원으로 설정했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금리 인상 이후 계좌 개설은 기존 대비 약 10배 늘었다.
이는 적금처럼 돈을 묶어 둘 수 없는 파킹통장 특성상 유리한 계좌로 갈아타는 '금리 노마드' 움직임도 즉각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케이뱅크로 유입된 고객 상당수 역시 토스뱅크에서 갈아탄 것으로 해석된다. 간혹 저축은행이 3%대 금리 상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금리를 적용하는 예치금 상한이 500만~1000만원에 불과해 1금융권 상품 대비 매력이 약했다.
KDB산업은행이 가장 유리한 금리를 제공하는 만큼 계좌 이동 역시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추세다. 주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경쟁하던 파킹통장 시장에 전통은행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경쟁심화를 유발, 금리 인상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토스뱅크통장의 금리 인상을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